[진창수의 일본읽기]아베 국장에 역풍 맞은 기시다… 정국 타개책 안 보여

'법적 근거' '행사 비용' '조의 강요' 등 놓고 내부 반발 확산
옛 통일교와의 유착관계도 쟁점… 내각 지지율은 계속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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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서울=뉴스1)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 실시와 관련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향한 '역풍'이 만만치 않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보면 이번 국장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더욱더 커졌다.

기시다가 국장을 강행한 건 '국장 반대' 여론에 유효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국장 계획을 중지하거나 변경한다면 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계획 변경은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당내 보수파의 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장을 결행했다.

아베 국장에서 쟁점이 된 건 첫째, 국장에 관한 사항을 정한 법률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법적 근거로 2001년 시행된 '내각부 설치법'을 들고 있지만, 해당 법 시행 이후 실시된 ‘국가 의식’은 천황(일왕)의 국사(國事) 행위 외엔 없었다.

둘째, 국장 비용에도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기시다 정권은 8월26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정부 예비비에서 국장 회장 설비 등에 약 2억5000만엔을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보안에 8억엔(약 80억원), 외국 사절단 초청에 6억엔(약 60억원) 등 16억5000만엔(약 164억원)을 장례식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말 필요한 경비인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야당은 국장 예산이 사전에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셋째, 조의(弔意)를 강요한 데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 국장에선 일본 정부 기관에 조기게양과 묵념을 요구했고, 일반 학교와 회사에도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장례식 중 일정 시각에 묵념하기로 정했으나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조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대세를 점했다.

넷째,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조문 외교'의 의의다. 해외에선 미국의 해리스 부통령과 인도의 모디 총리, 호주의 앨버니지 총리 등이 이번 국장에 참석한다. 그렇지만 1명당 기시다와의 회담 시간은 한정돼 있다. 성과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7일 오후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장례식이 국장으로 엄수했다. ⓒ AFP=뉴스1
27일 오후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장례식이 국장으로 엄수했다. ⓒ AFP=뉴스1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평가에 찬반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논란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기시다는 아베의 공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 인식은 집권 자민당 내 분위기와 다르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섣불리 아베의 성과를 부각시켜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국장으로 인한 일본 정국의 혼란은 기시다 총리의 설명 부족과 대응 지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우선 기시다의 독단이 두드러졌다. 이런 독단은 참의원 선거를 자민의 대승으로 이끌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아베 전 총리 국장 실시 결정은 기시다 총리,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 부(副)장관 등 관저의 일부 멤버가 결정했다. 총리 측근이 자민당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을 실시한다'고 전한 것은 기시다 총리가 방침을 표명하기 2시간 전이었다고 전해진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과의 사전 교섭도 없었다.

또 일본 총리관저는 아베 전 총리 국장을 진행하는 근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각의에서 결정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1967년 요시다 전 총리 국장도 각의 결정만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기시다 관저는 내각법제국과의 협의에서 아베 전 총리 국장의 각의 결정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기시다는 아베 전 총리가 헌정 사상 최장 총리 재임일수를 기록한 데다 '공적이 많다'는 이유로 국장 실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무시했다. 정부·여당 내에 퍼진 국장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는 야당과 국민에 대한 '설명 불필요'란 자세로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판한 측면이 있다. 아베에 대한 총격 사건 직후엔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아베가 옛 통일교 단체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습격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취지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 용의자가 진술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회견에서 일부 각료들과 옛 통일교의 유착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AFP=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회견에서 일부 각료들과 옛 통일교의 유착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AFP=뉴스1


기시다는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8월10일 내각 개조를 단행해 옛 통일교와의 관계를 인정한 아베 친동생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아베파'의 스에마쓰 신스케(末松信介) 문부과학상 등 각료를 교체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아베 전 총리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과 옛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폭로되면서 사태 수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로부터 이어진 '아베가(家) 3대'가 옛 통일교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 또 아베 전 총리 자신이 옛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지원을 아베파 의원들에게 배분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뒤따랐다.

이달 10~11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와 옛 통일교 관계에 대해 자민당이 조사해야 하는가'를 물은 결과, '조사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63%로 올랐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22일 회견에서 "본인(아베)이 돌아가신 지금,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며 조사하지 않을 생각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자민당 의원조차 "아베 전 총리는 옛 통일교와 연관에 있어 '두목'과도 같은 존재다. 국장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기시다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국장 이후 야당의 총공세에 기시다가 얼마만큼 대응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아베 국장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기시다 총리로선 현 상황을 타개할 묘안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유일한 대안은 조기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그러나 기시다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그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현재 기시다의 어려운 정치 상황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의 정국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대일정책 방향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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