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인 때리기' 국감,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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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요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기업 경영진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성장 전략 구상에도 시간이 모자란 경영진이 국감장에 불려가 망신당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지 담당 직원들의 긴장감이 역력하다.

기업의 '국감 스트레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매년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줄소환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올해 국감도 역대급 기업인 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부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정탁 포스코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윤진호 교촌 대표, 전근식 한일현대시멘트 대표 등 17명을 증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주요 산업계의 현안 등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최근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태풍 침수피해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돼 '관치경영' 논란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증인 신청 명단 초안에서 96명의 기업인 증인을 부르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협의를 통해 실제 채택되는 수는 줄어들 예정이지만 여야 모두 앞다퉈 기업인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기업인들을 증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감에 출석하는 기업인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17대 국회 국감(2004~2007년) 당시 연평균 52명이던 기업인 수는 ▲18대(2008~2011년) 77명 ▲19대(2012~2015년) 124명 ▲20대(2016~2019년) 15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국감부터 증인 채택 시 누가 누구를 왜 신청하는지 공개하도록 '증인 실명제'를 도입했지만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기업인들을 줄 세우려는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국회는 소환된 기업인들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내면서 정작 답변하려는 증인들의 말을 자르거나 해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호통 국감' '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 등의 논란을 자초해왔다. 국감이 국정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가 아닌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다 취조하는 '기업인 감사'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국감의 관행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매년 말로는 국감에서 정책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인들을 불러다 호통을 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치적 쌓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감은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 복합위기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을 멈추고 국정운영 실태와 민생현안 점검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위기극복의 묘안을 찾는 국감이 되길 바란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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