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스텝 or 빅스텝… '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은

[머니S리포트-내년이 더 두려운 대한민국 경제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환율·물가 상승 우려에도 가계빚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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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킹달러'(King Dollar)가 회자될 만큼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강달러로 원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계 빚이 사상 최대치인 한국에도 경고음이 들어왔다. 강달러 유탄을 맞은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폭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외환 곳간은 갈수록 줄고 있어 또 한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이미 불어날대로 불어난 가계 빚으로 인해 대출자들의 이자 폭증이 불가피하다. 빅스텝 등 통화긴축 가속으로 인해 경기둔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짓눌린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기사 게재 순서
① 베이비스텝 or 빅스텝… '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은
② '킹달러'에 기죽은 원화, 줄어든 외환보유고 '비상등'
③ '금리의 역습'… 신용점수 1000점 육박해도 이자는 벌써 7%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사상 첫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연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4.50%까지 올릴 것으로 유력시되면서 현재 0.7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기준금리 차가 커질수록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감은 물론,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한은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 보폭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국내 가계빚이 1869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을 결정할 경우 대출자들은 이자 폭탄을 맞게 되고 이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있다. 10월 베이비스텝과 빅스텝을 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미 금리 차 연말 1.5%p 전망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00~3.25%로 올려놨다. 19명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참석위원 중 9명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4.25~4.50% 수준이 적절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두 차례 남은 FOMC 회의에서 금리를 1.25%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는 애기다. 이에 연준은 올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뒤 12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미 금리가 역전된 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1996년 5월 이후 5번째다. 최근엔 지난 7월 미국(2.25~2.50%) 기준금리가 한국(2.25%)보다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2년 6개월 만에 발생했다. 이어 8월에는 한·미 기준금리가 2.50%로 같아졌지만 9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양국 금리가 재역전됐다.

10월12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베이비스텝(2.75%)을 밟고 미 연준이 11월1~2일(현지시각) 자이언트스텝(3.75~4.00%)을 밟으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2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어 금통위가 11월24일 베이비스텝(3.00%)을 지속하고 연준이 12월13~14일 빅스텝(4.25~4.50%)을 밟으면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다.


외국인 나가고 물가 더 오르고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한국에서 대거 빠져나가 가뜩이나 치솟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1999년 6월~2001년 3월 ▲2006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의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각각 169억달러, 305억달러, 403억달러 유입됐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연준의 이례적인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 등 과거와 대외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자금유출이 없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주식 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 7~8월 5조971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9월들어 지난 27일까지 2조366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즉 한·미 금리 역전현상 심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를 키우고 외국인들이 달러를 챙기기 위해 한국 주식을 대거 정리하면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든다. 특히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국내 물가 상승압력을 부채질하고 무역적자 규모를 늘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한국의 고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한은도 이에 대응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빅스텝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막대한 가계 빚이 걸리네"


상황이 이럼에도 당국은 심각한 가계부채 상황을 들며 한은에 빅스텝 자제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가계 빚은 올 6월 말 기준 1869조원에 달한다. 7월 은행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잔액 기준 78.4%로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밟으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7조3300억원 급증한다. 전체 차주 수가 2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연 이자 부담이 인당 37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10월과 11월 두 차레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는 3.5%로 올라 0.5%였던 저금리 시대에 비해 가계의 연 이자 부담이 약 44조원 늘어난다. 인당 연 이자 부담은 약 220만원 증가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계부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은이 빅스텝을 밟는 것은 역도선수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다가 주저앉는 것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겨울 유럽에서 천연가스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미국도 내년 상반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한국의 경제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이 같은 경기 둔화 우려로 한은의 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에 끝난 뒤 하반기엔 다시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슬기
박슬기 onelight92@mt.co.kr

머니S 강한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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