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보건소 주무관의 '짬짬이 코딩'…"역학조사관 짐 덜었죠"

[서울ZOOM人] 강북구 최광일 주무관 프로그램 직접 개발
코로나 재감염자 추출 시간 '27시간→16분' 크게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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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7시간에서 16분으로.'

서울 강북구보건소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를 시작하기 전과 후, 재감염자 수를 확인하는 데 각각 걸린 시간이다.

재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통상 역학조사원이 유선상으로 확진자에게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강북구는 8월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학조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재감염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 내려받은 확진자의 정보 목록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강북구가 구축한 확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재감염자를 찾아낸다. 덕분에 역학조사에 걸리는 시간을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역학조사관의 업무량 또한 덜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편리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인공은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역학조사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맡고 있는 최광일 주무관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뉴스1과 만난 최 주무관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계기로 '게으름'을 꼽았다. 동료들로부터 농담 반, 칭찬 반으로 "최 주무관은 강북구에만 계실 분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최 주무관은 시종 겸손한 모습이었다.

최 주무관은 "제가 좀 게으르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가 나지 않나"라며 "저뿐만 아니라 역학조사관들도 마찬가지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니 (일을) 빠르게 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과거 작은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팀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말 입직했다. 주로 하는 일은 질병관리청이 제공하는 관내 확진자 정보를 역학조사 담당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역학조사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역학조사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업무량이 무섭도록 많아지기 시작했다. 최 주무관은 "강북구에서 하루에 3500명의 확진자가 한번에 나온 적도 있다"며 "처음에는 엑셀을 이용했는데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회상했다.

재감염자를 분류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재감염자 여부를 판단하려면 판단 기준에 들어맞는지를 데이터상으로, 또 유선상으로도 일일이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늘면 늘수록 재감염자를 추려 내는 것은 번거로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가던 중 최 주무관이 떠올린 것은 통계 계산 등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R이었다. 그가 잘 다룰 줄 아는데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업무 중 틈틈이 알고리즘을 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최 주무관은 "이걸 만들겠다 해서 (한번에) 만든 게 아니라 하나씩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이점에 대해서는 "만약 50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그중 일부는 재감염자라는 것을 미리 알고 (역학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그러면 시간이 많이 절약되고 반복적인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역학조사관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감염자가 언제 처음으로 확진됐는지 진술하는 내용은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하는 반면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 확진 기록은 훨씬 정확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서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가 통계상에 누락됐을 때 이를 금방 찾아내는 효과도 있다.

유희선 강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은 이에 더해 "확진 뒤 격리해제가 된 분들 중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았는지 또 검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런 사람들을 걸러서 불필요한 확인 과정을 없애 버리는 효과도 있다"고 부연했다.

유 팀장은 "최 주무관이 오기 전에는 (업무를 할 때) 불편한 부분이 정말 많았다"며 "다른 직원들은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르니까 문외한인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끔 직원들에게 계속 알려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보건소에서 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위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 주무관의 사례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우수 사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강북구보건소는 이를 계기로 역학조사 프로그램이 인근 지역과 서울시 등에 전파돼 역학조사관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주무관은 현재 따로 모으고 있는 재감염자 관련 데이터를 다른 업무에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재감염자가 어느 구에 많이 발생하는지, 연령별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백신 접종 이력이 있던 확진자의 재감염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비교해 본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혹여라도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역학조사를 할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

최 주무관은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일반화할 수 있는 쪽으로도 (프로그램) 구상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질병관리청이 비슷한 형태로 데이터 구조를 만든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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