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서봉수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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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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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정치 컨설턴트이자 바둑 애호가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 정치인 김종인이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건재하게 활동하는 이유를 필자에게 말해 줬다. ‘은퇴를 잊고 산다, 계속 공부한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세 가지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하려면 할 수 있는데, 세번째는 내가 하고 싶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나를 찾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프로 기사 서봉수 이야기가 나왔다.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봉수가 젊은 정상급 프로 기사 5명과 ‘치수 고치기’시합을 했다. 치수 고치기 규칙은 첫판은 대등하게 바둑을 두고, 연속으로 지면 선(先)을 잡고, 또 지면 두 점 접바둑을, 그 다음에도 지면 3점 접바둑을 두는 것이다. 서봉수는 추석을 맞아 말 그대로 세계 정상급 프로 기사들과 한 판씩 대국했다. 첫번째, 두번째 판은 서봉수가 졌다. 세번째 판은 서봉수가 이겨서 두 점 접바둑에서 한 점 접바둑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네번째, 다섯번째 판에서 모두 지면서 석 점 접바둑이 되었다. 예상 외로 1승 4패를 하면서 치수 고치기 최종 결과는 석 점이 되었다. 일반인은 두 점에서 서봉수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나, 전문가들은 두 점 이상이라고 예상했으니 어떻게 보면 예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프로 기사들은 치수 고치기 시합을 무서워서 못하는데 서봉수는 혼자서 번갈아 젊은 정상급 기사 5명을 상대하면서 도전했다. 올해 서봉수 나이 69세이며 프로 9단이다. 바둑은 나이 들면 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뒤에 물러나서 폼을 잡고 있어야지 이런 데 나와서 실력을 까발리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그럼에도 서봉수는 도전했다. 바둑을 좋아했기 때문이고 바둑이 자신의 평생의 업이기 때문이다. 돈 때문이라고 말도 하지만 상금을 본다면 그건 아닌 듯하다.

시합에 참가했던 세계 1위 박정환 기사는 “저 같으면 이런 제의가 와도 무서워서 못 둘 텐데 5판 두시느라 고생하신 서봉수 사범님의 바둑에 대한 사랑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젊은 프로 기사는 老 9단의 무엇을 보았는가? 실력인가? 아니다. 서봉수의 바둑에 대한 사랑을 느낀 것이다. 세상을 직위의 높낮이로 본다면 이런 관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바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간에 이런 인식이 가능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려면 직위의 개념 즉 높낮이로 접근하지 말고 업 혹은 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노인과 청년이 어울려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서봉수는 일본에 바둑 유학을 가지 않은 국내파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내기 바둑 등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유학을 갔다 온 조훈현을 비롯해 다른 많은 기사들과 수 많은 혈전을 벌이면서 일본 바둑을 배워갔다. 그리하여 입신의 경지인 9단까지 승단 했고, 그 이후에도 바둑 연구를 멈추지 않고 급기야 5명의 한창 잘 나가는 프로 기사들에게 치수 고치기 도전을 해본 것이다. 한 점이나 두 점도 아니고 석 점이 되었으니 ‘쪽 팔린다’는 말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서봉수는 대국을 마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말을 하나 던졌다. 사람들이 시합에서 전혀 서봉수 답지않은 이상한 수를 두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본인도 시인하며, “접바둑을 두면서 나를 처음부터 낮추다 보니 바둑 수도 하류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는 말을 했다. 이거야말로 정말 머리를 ‘땅’ 때리는 말이었다. 다른 버전으로 바꾸면 ‘나를 노인으로 생각하니 내 생각과 행동도 노인처럼 되더라’는 말이다. 나를 미리 약하고 뒤처졌다고 생각하니 내 행동도 그런 행동이 나오게 되더라는 뜻이다.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담자는 이에 관해 자신의 일화를 들려줬다. 대학교 때 이삿짐을 나르는 알바를 하러 갔다고 한다. 그 때는 몸으로 지고 나르던 때다. 보통 때면 두 명이 냉장고를 지고 계단을 내려 오는데, 그 날은 일당을 받고 하는 전문 이삿짐 직원이라 생각하니 혼자서 냉장고를 지고 걸어 내려오게 되더라는 것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옛날에 필자의 어머니는 외출할 때 옷을 잘 입으라는 말씀을 하면서, 사람은 법복을 입히면 법관처럼 행동하고 거지 옷을 입히면 거지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하신 적이 있다. 나의 생각, 나의 옷이 내 행동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 김종인 박사가 나이 들어도 활동하는 비결 세 가지 중 ‘젊은 사람들과 가까이 한다’는 것을 따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위가 아닌 업을 만들고 갈고 닦아야 한다. 그리고,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업을 통해 세대에 관계 없이 교류하면 된다. 오늘은 은퇴연구소장이 정치 컨설턴트를 만나 은퇴에 관한 컨설팅을 받은 셈이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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