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9월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자 도네츠크 외곽 올레니브카의 감옥 앞에서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지속되자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러시아어·영어로 뉴스를 전하는 '메두자'(Meduza)는 러시아 안보기관인 연방경호국(FSO)의 '내부용' 통계자료를 입수했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찬성하는 러시아인 비율이 4개월 만에 57%에서 11월 25%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전쟁 찬성 여론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찬성하는 러시아인 비율은 4개월 동안 32%에서 55%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메두자는 해당 통계에 대해 "모스크바 소재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의 지난 10월 조사 결과(전쟁 지지 27%·평화협상 지지 57%)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레바다센터의 데니스 볼코프 소장은 "지난 9월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결정이 여론의 변곡점이 됐다"고 내다봤다. 볼코프 소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많은 러시아인이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다"며 "이는 자신이나 가족이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동원령에 따라 강제 징집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협상을 원하는 쪽으로 여론이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같은 여론의 변화가 전쟁 지속 여부나 평화협상 진행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현지 주요 매체들은 "전쟁이 아닌 더 긍정적인 주제에 집중하라"는 크렘린궁의 지령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