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장'의 손으로 지우는 '포니정'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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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디자인계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 '포니 쿠페'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고 발표했을 때 놀라지 않은 이가 없다. 86세 고령임에도 직접 한국을 찾아 해당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국내 자동차업계를 발칵 뒤집을 만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가 48년 전 직접 디자인한 이 차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와 함께 처음 선보였다. 1980년대 들어 관련 자료가 사라지면서 역사 속에만 존재해온 비운의 모델로 꼽힌다. 실물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포니 쿠페 콘셉트는 당시 여러 자동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강렬한 결과물 중 하나로 꼽힌다. 독특한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은 이 차 디자인의 핵심 요소다.

초창기 현대차는 미국 포드와 결별한 뒤 자체 모델 개발을 위해 하체는 미쓰비시의 것을 쓰기로 하면서 디자인은 외주를 결정했고, 이를 이탈리아 주지아로에게 맡겼다. 한국에서 '포니' 개발을 진두지휘한 건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덕분에 영어가 능숙한 그는 외국인 파트너들과 직접 발로 뛰며 신차 개발에 몰두했다. 역사적인 '포니'의 탄생과 함께할 수 있었고 '포니 정'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현대차는 현재와 미래가 있을 뿐 과거가 없는 '이상한 상황'을 꽤 오랜 시간 이어왔다. 외국인 디자이너들이 회사에 합류했을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으로 꼽는다. 이는 정주영 회장이 동생이 아닌 아들(정몽구 명예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는 기아를 인수하며 현재의 현대차그룹으로 성장했지만 회사의 토대가 된 '포니'와 관련된 언급은 금기시 됐다.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 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2020년 10월 취임사를 통해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주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물론 고 정세영 회장 등 선대 회장들의 공로를 언급하며 과거를 인정했다. 이후 현대차는 포니를 비롯한 과거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을 폈고 최근엔 달리는 연구소(롤링랩)로 불리는 수소하이브리드스포츠카 'N Vision 74 콘셉트'를 통해 '포니 쿠페'를 오마주한 디자인과 그룹의 최신 수소관련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로 찬사를 받았다.

과거에 대한 부분도 일부 언급하면서 '헤리티지'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거장과 함께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오너의 큰 결단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포니 쿠페 콘셉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그런데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책임자(COO)와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한국을 찾은 주지아로에게 거듭 질문하며 강조한 건 '엔지니어링' 측면이다. 포니를 만들 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함께 시도한 능력이 대단하며 이것이 현재의 '현대 스피드'로 발전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찬사가 쏟아지자 주지아로는 "(정주영)창업주는 천재였다"고 화답했다. 종합하면 '포니'는 정주영 창업주와 주지아로의 협업으로 만든 차라는 얘기가 된다.

루크 동커볼케 COO는 "과거 50년이 포니로부터 시작됐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아이오닉5로부터 시작된다"고 한술 더 뜬다. 이상엽 센터장도 "레트로는 미래가 아니며 미래가 될 수도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지 복원에 의의를 둘 뿐"이라고 했다.

'포니 쿠페' 복원은 거장의 손을 통해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 정통성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지만 조용히 사라질 이름들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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