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사전에 막을 수 없었나

[머니S리포트 - 거세진 노동계 동투(冬鬪) 산업계 한파] ② "6월 합의 바탕으로 지속 소통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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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해 3분기(7~9월) 실적 악화,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 고민이 깊어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산업계 피해가 발생한 영향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움직임도 부담인 데다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근 노동계 동투로 한파를 겪고 있는 산업계 상황을 짚어봤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6번길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화물연대 모습. /사진=뉴시스
[속표지]▶기사 게재 순서
① "기업하기 힘들다" 노동 갈등에 재계 '긴장'
②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사전에 막을 수 없었나
③ 제2 대우조선 파업은 막아야…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상황은[속표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이유로 지난달 시작한 총파업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화물연대와 정부가 지난 6월 총파업 후 합의한 내용이 진척됐으면 이번 총파업은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화물연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계 피해… 정부 책임론 제기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제도 개악 저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물류 운송을 거부하는 총파업을 실시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선언을 통해 "화물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컨테이너 및 시멘트로 제한된 적용 품목도 확대해야 한다"며 "화물노동자가 안전해야 도로도 안전하고 도로 위 국민들의 안전도 보장된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과속·과적 등을 방지하는 제도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까지만 유효하다.

화물연대 파업은 산업계 전반에 피해를 줬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출하가 제한되면서 파업 시작 닷새 만에 누적 매출손실 642억원을 기록했다.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생긴 레미콘업계는 생산량을 줄이면서 하루에 617억원의 손해를 봤다. 철강업계에서는 재고가 쌓이면서 감산 가능성 등이 논의됐고 정유업계에서는 주유소 물량 부족 우려가 제기됐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 파업을 막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 명분으로 정부와의 합의안 미이행 등을 꼽은 만큼 정부가 합의 내용 이행에 속도를 냈다면 파업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원 구성 완료 즉시 국회에 안전운임제 시행성과 보고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확대 논의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 검토 등을 합의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미 예고된 것이란 주장도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는데 안전운임제 기간 연장으로 정부와 합의가 이뤄진 영향이다. 당시 기간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노동계가 파업을 다시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기간 연장에 지지부진 하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만료를 한 달여 앞둔 11월 말 파업을 시작했다.


정부·국회 대처 미흡… "뒤늦게 전쟁 선포한 꼴"


사진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화물연대 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1
화물연대가 11월 총파업을 예고한 후 정부와 국회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을 예고했는데 당정은 8일이나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발표했다. 화물연대가 주장했던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브리핑을 통해 "화물연대가 추가 적용을 요구하는 철강, 유조차, 자동차 등 5가지 품목은 소득 수준이 양호하다"며 "국민들의 물류비 부담 최소화를 위해 안전운임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재 의원(국민의힘·경북 포항시북구)은 지난달 22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후 몇 시간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당정 협의에서 내린 결론과 다른 내용을 먼저 발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해당 법안에 담겨있던 안전운송운임 삭제 등의 내용을 제외하고 지난달 23일 같은 이름의 법을 다시 대표 발의했다. 화물연대는 "재발의안에도 안전운송원가 구성 항목 중 인건비 누락 등 독소조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화물연대와 지난 6월 합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긴밀히 합의를 해서 절충안을 마련했다면 파업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조는 정부의 정책 추진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정부가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화물연대가 파업을 강행하자 뒤늦게 수습하려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정부는 노조가 제안한 내용 중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에 대해 적절한 이유를 바탕으로 노동계를 이해시켰어야 했다"며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다가 뒤늦게 노조에 전쟁을 선포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화물연대와 정부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노동계와 정부, 야당과 정부 등 넓은 범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동욱
김동욱 ase846@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 1부 재계팀 김동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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