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5.0% 상승한 109.10(2020=100)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소상공인, 전통시장 체감경기가 두달 연속 악화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5%대 고물가를 지속하고 있다.

3일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5.0% 오르며 넉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3.6%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월 6.3%까지 치솟은 뒤 8월 5.7%로 내려왔다. 9월(5.6%) 10월(5.7%)에 이어 11월까지 4개월 연속 5%대를 기록 중이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이 전년동월대비 6.1% 상승했고 서비스는 4.1% 올랐다. 상품 중에서는 전기·가스·수도가 23.1% 올랐다. 도시가스(36.2%) 전기료(18.6%) 지역 난방비(34.0%) 가격 상승이 모두 반영된 영향이다.

가공식품(9.4%)과 석유류(5.6%)가 상승하면서 공업제품도 5.9% 올랐다. 경유(19.6%)와 등유(48.9%)는 올랐지만 휘발유(-6.9%) 자동차용 LPG(-3.2%) 등은 하락했다. 전월 상승률(10.7%)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빵(15.8%) 스낵 과자(14.5%) 등이 1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같은 달 기준 2008년(15.6%) 이후 최대 상승했다.

수산물과 축산물은 각각 6.8%와 1.1% 올랐다. 축산물 가격은 돼지고기(2.6%)와 닭고기(10.2%)는 올랐지만 국산 쇠고기(-2.4%)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수산물은 고등어(8.3%) 오징어(15.2%) 등이 오르면서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은 채소류(-2.7%) 하락으로 2.0% 떨어졌다.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쌀(-10.0%)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사과(-8.0%) 고구마(-13.5%) 등은 하락했다.

서비스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유치원 납입금(-19.1%)과 사립대학교 납입금(-0.8%) 등은 하락했지만 외래진료비(2.3%)와 국제항공료(14.1%)가 상승하며 0.8%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6.2% 올랐다. 이 중 생선회(9.0%) 등 외식 물가는 8.6% 올랐다. 전월(8.9%)보다는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했다. 집세는 전세(2.2%)와 월세(0.8%)가 모두 오르면서 1.6%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 보다 4.3%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와 지난해 12월 국제유가가 낮은 점을 고려해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개인서비스 가격도 안정되면서 지금 수준에서 물가가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과 올해 상당히 높았던 물가 역기저 효과까지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는 지금보다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