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대우조선 파업은 막아야…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상황은

[머니S리포트 - 거세진 노동계 동투(冬鬪) 산업계 한파] ③ 조선업 이중구조 해결책은 '임금·근무여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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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해 3분기(7~9월) 실적 악화,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 고민이 깊어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산업계 피해가 발생한 영향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움직임도 부담인 데다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근 노동계 동투로 한파를 겪고 있는 산업계 상황을 짚어봤다.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기업하기 힘들다" 노동 갈등에 재계 '긴장'
②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사전에 막을 수 없었나
③ 제2 대우조선 파업은 막아야…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상황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조선업의 이중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올해 3분기 영업손실 폭이 커졌고 조선업계의 원하청 이중구조는 여전하다. 정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에 나섰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하청지회 파업에 대우조선 적자↑…정부, '이중구조' 개선으로 재발 막겠다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참여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6월2일부터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51일 동안 이어진 파업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지회가 ▲임금인상 4.5% ▲고용 승계 ▲휴가비 지급에 합의하면서 지난 7월22일 마침표를 찍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해 선박을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총 80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중단된 공사에 동원된 인력·설비 등 불필요하게 지출된 비용, 불법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공사의 향후 공정 회복 및 적기 인도를 위해 투입될 추가 비용, 대금 입금 지연 및 인도 지연으로 인한 공사 손실 등으로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공정 지연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62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190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불법 파업, 인력수급 난, 태풍 등으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하청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17일 열린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 기자회견에서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추구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청지회가 파업에 나선 것도 원하청 이중구조로 비롯된 임금 및 근무 여건 차이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조선업에 종사하는 9만4000명의 노동자 가운데 62.3%가 사업장 내 파견·용역, 하도급 등 '소속 외 근로자'로 집계됐다. 전체 산업 평균(17.9%)과 제조업 평균(18.8%)보다 3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하청업체 근로자의 연 수입은 원청 근로자의 50~70% 수준이다. 원청의 기본급은 하청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지만 월급의 800%(약 2000만원)가량을 상여금으로 받는다. 하청업체 숙련공의 평균 시급은 1만1600원이고 상여금은 없다. 연간 근무 일수도 원청은 180일, 하청은 270일로 차이 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월25일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구인난, 조선업 하청노조 파업 등의 근본적 원인은 저임금·고위험 등 열악한 근로환경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구조적 문제"라며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대책 마련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19일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조선 5사가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고용노동부


굳어진 원하청 이중구조…'자율'에 맡겨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 11월9일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원청 5사와 동형이엔지, 척추산업, 녹산기업, 대영전력, 다온산업 등 협력업체 5곳을 비롯해 고용부 차관, 전문가, 자치단체 등 21명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노사 의견 청취 및 현장 방문을 토대로 내년 2월까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협약을 통해 ▲적정 기성금 지급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 여건과 복리후생 개선 ▲직무·훈련 중심의 인력 운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협의체만으로 조선업계에 뿌리 깊게 내린 원하청 이중구조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원청과 하청이 명확한 갑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조선업은 원청과 사내·사외하청, 물량팀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물량팀은 조선소에서 긴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 나왔을 때 투입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량팀은 최근 급증해 하청인력 중 40~5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원청은 도급계약서에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2~3차로 재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품질 저하, 안전 교육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원청에 있다. 하청업체는 원청으로부터 기성금을 받는데 그중 90%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다. 따라서 원청이 기성금을 올려주거나 추가 재원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의 임금도 올릴 수 없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이미 원청과 하청의 불공정 거래가 심각한데 이들을 모아 놓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일종의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이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 여건 개선과 임금인상은 노사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협의체에 노동조합 참여를 배제해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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