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일을 찾은 사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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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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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예순 전후의 비슷한 나이들이 모여 일자리나 퇴직후 경험을 나누어 보는 자리가 있다. 그중 한 명(A씨라 부른다)의 얼굴 표정이 밝아 보여 사연을 청해 듣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A씨를 잘 아는 사람은 지금 A씨야말로 퇴직 후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A씨는 60세 정년을 앞두고 5년 전부터 임금피크와 함께 직장의 업무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퇴직까지 5년이나 남았지만 실무 라인에서는 빠져나온 것이다. 정년 60세가 있다고 하지만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일선에서 빠지는 분위기다. 요즘 직장에서 나이 든 선배는 그 팀에서 일하지 말고 그냥 업무 평점을 ‘D’ 받아주는 역할을 해주면 후배들이 좋아한다고 할 정도다.

A씨는 우연한 기회에 공예를 배우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한 일이거나, 미술을 잘 하거나, 과거에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 정말로 우연한 기회였다. 기초부터 가르쳤으면 재미 없어 중도에 그만두었을 지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작품을 하나 지정해주고 만들라고 하니 재미 있어서 지속하게 되었다. 공예만 하니 범위가 한정된 것 같아 목공도 같이 배우게 되었고 그 시간이 어언 3년이 흘렀다.

작품을 만들면 돈을 좀 버냐고 물어보니, 재료비가 비싸고 아직 실력이 수준급이 아니어서 재료비 정도를 뽑거나 아니면 약간 버는 정도라고 한다. 시간이 더 지나야 돈이 되지 않을까, 혹은 막상 그때도 돈을 벌지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돈 이외의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관계망이다. 공예와 목공을 하다 보니 거기에도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있어 서로 어울리게 되었다. 직장처럼 경쟁 관계 혹은 상하 관계가 아니다 보니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직장에서의 만들어진 관계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관계망이 생겨난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작업장에 가서 사람 만나는 게 즐겁다고 한다.

둘째, 건강이다. 손으로 작업하는 목공과 공예는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어 머리의 잡념을 말끔히 씻어낸다. 전기톱, 대패, 끌질을 하는 데 자칫하면 다치거나 작품을 망치기에 오롯이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종의 몰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산사까지 찾아가서 명상할 필요 없이 일이 곧 명상이었다. 손과 몸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잡념까지 사라지니 육체와 정신 건강 모두에 좋다. 그뿐이 아니다. 나이 들어서는 앉아서 머리로 하는 작업보다 복잡하게 몸을 움직이는 게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한다. 정신적 작업이나 단순한 동작은 뇌에 있는 해마를 축소시키지만 더욱 복잡한 운동이나 몸 움직임은 해마가 축소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셋째, 의미다. 인생 후반이 되면 삶의 의미들이 없어진다. 역할에서 의미가 나오는데 역할이 하나둘 없어지기 때문이다. 과장, 부장으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 등 많은 역할들이 젊을 때 부여되지만 나이가 들면 없어진다. 이와 더불어, 삶의 의미도 잃게 되어 공허함에 빠진다. 하지만, 공예와 목공을 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창작한 작품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신이 천지를 창조했듯이 신의 형상이 심어진 인간도 창조의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작품이 팔리는 걸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아직 돈벌이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3년 배운 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과한 욕심이기는 하다. 하지만 꾸준히 작품을 만들다 보면 돈을 버는 길도 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일을 한다. 그런데, 목공을 하다 보니 원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원예 관련한 공부를 해서 자격증까지 도전하고 있다. 아직 정년 퇴직까지 2년이 남았는데 3년 동안 많은 걸 이룬 셈이다.

A씨는 우연한 기회에 공예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목공에서 원예까지 확장되었고,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주변에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었다. 시작할 때는 작아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일은 거기에서 꼬리를 물고 확장되었다. 마치 밭에 씨앗을 뿌린 것처럼 미미해 보이지만 시간이 성장시켜 주는 것이다. 삶의 묘미이기도 하다.

필자도 올해 2학기부터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방송대학교 일본학과에 들어갔다. 할 일도 많은데 일본어까지 공부한다는 건 무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일단 발을 들여 놓으니 스스로 확장되고 성장하는 것 같다. 새로운 세계도 열리고 이 세계가 나를 또 다른 곳으로 이끌어 준다. A씨의 사연은 일단 발을 들여 놓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말해 준다. 마치 <나니아 연대기>에서 벽장문을 여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처럼.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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