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이얀(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드라마틱한 최종전 결과와 함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럴 때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단어는 '기적'이다. 하지만 마냥 하늘이 도운 결과는 아니다.

기적이라 부르기엔 한국 축구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보인 경기력이 꽤 괜찮았다. 초반에는 결과가 따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일관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던 힘이 결국 우리를 16강으로 안내했다.

벤투호는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후반 46분에 터진 황희찬의 극장골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0·4득점)가 된 한국은 우루과이(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0·2득점)를 다득점에서 앞서며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다.

한국은 앞서 치른 우루과이와의 1차전과 가나와의 2차전 모두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까다로운 두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했고, 4년 동안 갈고 닦은 빌드업 축구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불운할 만큼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 그 까닭에 1무1패(승점 1), 궁지에 몰린 채 3차전을 맞이했다.



그래도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력이 좋았기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은 있었다.

벼랑 끝에서 조 최강 포르투갈과 싸워야하는 3차전. 특별한 경기였지만 대표팀이 대단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거나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으로 확 변한 건 아니었다. 이전 두 경기에서 잘했기에, 이날도 해왔던대로 '우리의 경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해냈다. 한국은 FIFA 랭킹 9위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었고, 상대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3경기 모두를 '우리의 축구'를 하면서 마쳤다.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펼친 팀이 16강 진출을 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기다리며 그라운드에 모여 있던 때에, 이재성(마인츠)은 "선수들끼리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이렇게 좋은 경기를 했는데,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충분히 올라갈 만한 자격을 보였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국의 16강은 기적이 아니다. 충분히 잘했다. 그 좋은 경기력에 합당한 보상을 조금 늦게 받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