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여전히 이태원역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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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2022.11.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2022.11.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딸아이가 전화를 안 받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이태원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당일 새벽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중년 남성의 초조한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또렷하다.

대화 도중 모르는 번호로 딸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뒤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토해내던 아버지를 위로하지도 부축하지도 못했다. 당시 현장을 기록해야만 했던 기자의 책임은 유난히 야속하게 느껴졌다.

최근 만난 정신과 전문의는 "이성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감정을 억제하려다 보면 감정의 해리가 발생해 우울과 스트레스를 높인다"고 했다.

해리 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을 때 감정을 회피하려다 의식과 행동이 단절되는 증상이다. 불안을 일으키는 외부 자극과 내부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분리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기제다. 심하게는 기억상실이나 다중인격 증상을 수반한다.

의사는 느낀 감정 그대로를 말과 행동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트라우마가 좀처럼 남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거나 슬픈 감정을 주변에 공유하고, 기쁠 때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어야 감정의 해리를 덜 겪는다는 설명이다.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참사 피해를 받은 이들은 자신도 모른 채 마음에 새긴 생채기를 안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숨을 고를 틈조차 없었다. 참사 다음 날 선포된 한 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은 마치 이 시간 안에 모든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처럼 지나갔다. 진작 만났어야 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참사 한 달이 지나서야 협의회 출범 준비를 시작했다.

대충 덧대놓은 상처와 감정을 끄집어낼 틈이 필요한 이유다.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유할 물리적 공간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태원 참사를 충분히 치유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참사 한 달째. 심폐소생술(CPR)을 했던 간호사, 생존자, 희생자 친구 등 참사의 상처를 안은 사람들은 "혼자 살아나온 죄책감에",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서" 한겨울 추위에도 이태원역을 찾고 있다.

일상에선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과 혼자서만 무겁게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펼쳐둘 곳이 필요했기 때문은 아닐까.

대구 지하철 참사 기억공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위령탑, 성수대교 붕괴 사고 추모비, 씨랜드 화재 추모공원도 이런 이유로 만들어졌다. 참사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의 사과 이후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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