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락 시대… 공포에 떠는 갭투자자

[머니S리포트 - "이자 내드릴게요"… '귀하신 몸' 세입자 모시기 전쟁] (1) 역월세 현상, 어디까지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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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속절없는 전셋값 폭락에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2년 전 체결했던 고액의 보증금을 지키기는커녕 폭락한 금액만큼 전세금 중 적잖은 금액을 세입자에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도 모자라 매달 일정액을 세입자에 줘야 하는 역월세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규 입주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몇 달 새 전세 시세가 30~40% 이상 폭락했고 그마저도 세입자를 구하기도 힘들다. 3~4년 전 분양 당시만 해도 고액의 전세 보증금을 통해 손쉬운 갭투자를 노렸던 집주인들은 입주 시점에 날벼락을 맞았다. 심지어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까지 기대했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져 혹을 붙인 셈이 됐다. 콧대가 높아진 세입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갭투자'(매매가-전세가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한 집주인들이 하락한 전세금 차액을 마련할 수 없어 역전세난과 역월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전셋값 폭락 시대… 공포에 떠는 갭투자자
(2) [르포] 5개월새 전세 '15억→6억'… 이것이 헬(Hell)
(3) [르포] 검단 왕릉뷰 아파트 1억원대 전세 등장… 함정은?


#. 김모씨는 보증금 3억8000만원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년 1월이 만기로 최근 전세가 2억원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매매시세는 4억5000만원이다. 김씨는 2억원대 신축 아파트 전세로 이사를 계획했다가 집주인에게 연락이 와 역월세를 제안받았다. 집주인은 현 시세대로 재계약을 하면 약 1억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금이 없다면서 4000만원을 반환하고 3억4000만원에 재계약한 후 6000만원에 대해 은행이자 수준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했다.

#. 2주택자인 최모씨는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의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1억원가량 떨어져 전세와 매매시세 차이는 1억원밖에 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세입자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인중개사는 최소 1억원을 내려야 신규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은행은 물론 보험대출, 대부업체까지 알아본 끝에 선순위채권자인 세입자의 전세금 비율이 높아 대출을 받을 수 없음을 알았고 결국 가격을 낮춰 집을 팔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1년째 지속되면서 '매매가 하락→전세가 하락→역전세난→역월세난' 등 도미노 식으로 임대차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연말 시중은행 전세대출금리가 최고 8%대로 예상되면서 1년 전 2~3%대와 비교해 이자비용이 서너배 늘게 됐다.

높아진 전세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준전세·준월세로 이동하려는 세입자 수요에 더해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갭투자'(매매가-전세가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한 집주인들은 하락한 전세금 차액을 마련할 수 없어 역전세난과 역월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9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대비 1.03%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1.92%)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0.75% ▲경기 -1.15% ▲인천 -1.34% 등으로 인천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한 전·월세전환율은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기준 4.3%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이자율 8%를 기준으로 전세금 2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133만원이지만 전·월세전환율 4.3%를 적용해 월세 전환 시엔 매달 72만원만 내면 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약은 집주인의 시각으로 보면 집을 공짜로 빌려주는 것이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수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어서 지금과 같은 고금리시대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임대인을 거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대구·세종 역월세 심화될 듯


전세가격 폭락은 공급이 많고 집값이 단기간 폭등해 거품 우려가 있던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세종, 대구 등에선 실제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역월세 계약 사례들이 나타난 곳은 현재까지 대구나 세종 등으로 보인다"면서 "전세 공급이 많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앞으로 역월세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63.8%를 기록했고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70.8%)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주(69.6%) 인천(66.8%) 충남(66.5%) 충북(66.2%) 등의 순으로 전세가율이 높았다.

전세 물건도 급증해 부동산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 조사 결과 11월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5만2504건으로 전월(4만6255건) 대비 13.5% 늘어난 반면 국토교통부의 9월 전세 거래량은 전월대비 11.7% 감소해 9만5219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강제경매 1년 새 '두 배'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강제경매 처분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사례도 늘고 있다. 강제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법원 소송을 통해 경매를 신청하는 것이다.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시 전세권을 설정했다면 소송 없이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은 경우엔 법원에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강제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전세권 설정은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등기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강제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은 4805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5.3% 증가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강제경매된 집합건물이 1205건에 달해 전년동기(604건) 대비 99.5%나 증가했다. 제주(79.2%) 경북(57.8%) 인천(56.0%) 충남(24.7%) 강원(19.2%) 대구(18.8%) 등의 순으로 강제경매가 증가했다.

매매가와 함께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계약 만기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전세금 반환을 위해 경매에 나서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역월세난, 전세 종말의 신호일까


전세제도는 전통적으로 무주택자가 목돈을 저축하는 시간 동안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의 성격이었으나 높아진 전세금으로 인해 대출 의존도가 커졌다. 문제는 저금리시대에 낮은 이자비용을 이용해 전세금 대출한도를 늘리게 되고 이것이 다시 전세시세를 높이는 효과를 내면서 집값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11월16일 내놓은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14년 시행된 전세대출제도가 전세시장 유동성을 늘리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고금리 시기에는 전세대출이 부동산가격 하락을 촉진해 레버리지(차입) 효과로 집값 하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 주택시장의 역전세난 발생은 입주물량 증가의 영향보다 전세대출금리 인상의 효과"라고 덧붙였다.

금리인상에 이어 내년의 '입주 폭탄'도 리스크 요인이다. 연구원은 "신규 주택 입주물량이 올 연말부터 증가할 전망이어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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