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엔 300만명… 가족도 나 자신도 모든 게 사라졌다

[머니S리포트-인류의 가장 슬픈 질환①]가족 돌봄의 무게… 치매 환자 급증에도 지원 예산 줄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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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67세의 딸은 87세의 아버지를 14년 간 부양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딸이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다는 것. 다행히 딸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십수 년을 부양한 딸을 알아보지 못한 '치매 환자'였다. 고령층 치매 환자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관리비용은 2018년 1조달러(1275조원·4일 기준 원/달러 환율)에서 2030년 2조달러(2550조원)로 2배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 역시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 고령층인 초고령 사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050년 국내 치매 추정 환자가 3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치매 환자 관리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치매는 인류의 가장 슬픈 질환으로 불린다.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25년 100만명을 돌파하고 2050년이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2050년엔 300만명… 가족도 나 자신도 모든 게 사라졌다
②고립되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모두가 외롭다"
③"환자도 가족도 행복해야죠"… 주요국 치매 지원은 어떻게


어제는 일흔 살, 오늘은 스무 살. 날마다 또 시간마다 자신을 잃어가는 질환. '치매'다. 치매는 라틴어(Dementia)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정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뇌 손상으로 인해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져 궁극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한 마디로 개인의 의지론 조절할 수 없는 병이다. 치매의 원인은 100여개가 넘을 만큼 다양하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치매 환자 중 50% 이상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로 진단되며 혈관성 치매, 루이체, 파킨슨 등 다양한 질환이 치매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질환 모두 환자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치매가 '인류의 가장 슬픈 질환'으로 불리는 이유다.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치매 환자 추정 인구는 약 89만명이다. 중앙치매센터가 2022년 12월 발간한 국제치매정책동향에 따르면 치매 추정 환자는 2025년 107만7610명을 기록,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뒤 2050년 302만3404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30년 후 치매 환자 수가 3.5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치매의 원인은 100여개가 넘을 만큼 다양하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치매 환자 중 50% 이상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로 진단되며 혈관성 치매, 루이체, 파킨슨 등 다양한 질환이 치매 발병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포그래픽은 65세 이상 치매 추정 환자 수와 65세 이상 고령자의 치매 유병률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구 고령화의 부작용… 치매 환자·사회적 비용↑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 탓이다. 한국은 2025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 비중이 17.5%에 달했다. 치매는 주로 고령자에게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중앙치매센터는 65세 고령자에게서 치매 유병률이 2020년 10.3%에서 2050년 15.9%로 5.6%포인트(p)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 환자 증가는 사회·경제적 비용의 부담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연간 국가 치매 환자 관리비용은 18조7000억원(202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2057조원)의 약 0.9% 수준이다. 치매 환자가 300만명을 돌파하는 2050년이면 치매 환자 관리비용은 2021년 대비 373.8% 증가한 88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수입액 86조6000억원(2022년 기준)보다 2조원 많은 금액이다.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0년 4차 치매관리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과 관리, 진단·치료·돌봄, 치매환자 가족 부담 경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제도를 펼쳤다. 하지만 증가하는 치매 환자를 보필할 준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2년 12월29일 치매 관리에 대한 첫 의료기관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889개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매 적정성평가에서 전체 의료기관이 받은 평점은 72.9점이었고 치매 환자 관리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은 223곳으로 25.1%에 불과했다.

치매 환자 증가는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치매 환자 관리비용은 2050년이면 88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포그래픽은 치매환자 관리 비용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각지대 놓인 약자에게 파고드는 치매


치매는 약한 고리부터 파고든다. 가족들을 돌보는 청년 이른바 '영케어러'가 대상이다. 영케어러는 가족구성원이 질병, 장애, 정신건강 등의 문제로 그들을 직접 돌보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22년 12월 발간한 1494명의 영케어러 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686명 중 43.1%(296명)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으로 이중 일부는 치매 노인을 나홀로 돌보고 있다.

치매 환자 1명당 관리비용은 평균 2113만원이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치매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드는 비용이 다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증환자의 경우 1542만원의 관리비용이 들지만 중증 비용은 3312만원으로 경증 대비 114.8% 증가한다. 중증 치매 환자를 기준으로 연평균 가구소득(6193만원)에 절반 이상이 투입되는 셈이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관리 비용 중 상당 부분은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치매 환자의 질환 정도 또는 치료 방법 등을 이유로 개인 부담금은 달라진다. 의료계에선 치매 관리를 위한 전체 비용에서 10~15% 수준을 개인이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연간 최대 400만원 이상이 부담되는 탓에 취약계층을 옥죄고 있다.

서울의 한 노인요양센터를 찾은 면회객이 입원 중인 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5년새 등록환자 수 43배 급증했는데… 정작 정부는 지원 예산 삭감


취약계층과 함께 치매 환자,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케어 제도는 있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치매안심센터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지자체 256곳이 운영 중이다. 경증 환자의 인지기능 강화, 일상 회복을 위한 모임, 돌봄, 환자 가족의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다. 등록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 수는 2017년 초기 1만1970명에서 2022년 6월 현재 51만4057명으로 42.9배나 급증했다.

다만 올해 치매안심센터가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치매안심센터 예산을 2022년(1809억원)에 비해 9.5% 줄였기 때문이다. 변연수 복지부 치매정책과 사무관은 "치매안심센터 예산 감소는 그동안 예산 집행실적을 고려한 조치"라며 "일부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인건비 문제와 치매 검진, 인지 강화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치매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데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의아한 결정"이라며 "시설 중심으로 치매 환자를 관리하거나 경증부터 중증까지 환자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용준
지용준 jyjun@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모빌리티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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