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장시간 노동 회귀 vs 종식… 누구 말이 맞나

[머니S리포트 - 尹정부 2년차, 노동시장 대변혁] ① 연장근로 단위 확대… 일선 현장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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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계묘년(癸卯年) 국내 노동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선을 비롯해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 공정성 및 법치주의 확립 등 전반적인 부문에 메스를 들이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동안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을 예고해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2월1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된 최종 권고문을 발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주 69시간', 장시간 노동 회귀 vs 종식… 누구 말이 맞나
②주휴수당·포괄임금제 메스… 내 월급 어떻게 바뀔까
③강공법 택한 尹 정부, 노동계와 파국 치닫나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정책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업종·직무·사업장별로 업무가 몰리거나 집중 근로가 필요한 시기가 다른 상황에서 '주52시간제'로 획일화된 근로시간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근로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행 일주일 12시간 연장근로시간 규제 기준을 최대 1년 단위로 확대해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의 방침을 두고 일선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으로의 회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정해져 있고 단위기간이 커질수록 허용 시간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근로시간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연장근로시간 어떻게 바뀌나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온 전문가 논의기구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7월부터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검토한 끝에 최근 정부에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라고 최종 권고했다.

현행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5일 총 40시간이며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해 일주일에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게 연구회 의견이다.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연장하면 1주 연장근로시간인 12시간에 월 평균 주(4.345주)를 곱해 한 달에 총 5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단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해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하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마다 1시간,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하루 근로시간은 최장 11시간30분을 넘길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된다. 현행 기준인 주 52시간보다 최대 17시간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주 69시간 근무는 이론상 가능할 뿐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회 좌장을 맡아온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월 단위로 확대하는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 한도까지 포함하면 69시간까지 가능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가정이기 때문에 빈번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회는 주 52시간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연장근로 단위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체 허용 시간도 줄이기로 했다.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52시간)을 기준으로 분기는 156시간 대비 90%인 140시간, 반기는 312시간 대비 80%인 250시간, 1년은 625시간 대비 70%인 440시간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연구회의 권고안 토대로 상반기 안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커지는 반발… '기우' 지적도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에 한곳인 한국이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늘릴 경우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할 것이란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요국 연간 근로시간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 1716시간보다 200시간가량 많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콜롬비아(1964시간) 칠레(1916시간) 등 4개국뿐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재벌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노동 개악"이라며 "선택적, 탄력적 근로제 확대나 사전 요건 완화 또한 사용자들의 요구만을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짚었다.

반면 노동계의 우려는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허용되는 총 연장근로시간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한 주에 연장근로시간을 많이 사용하면 나머지 주에는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분기, 반기, 연으로 단위 시간을 확대할 경우 연장근로시간 총량이 월 단위 대비 90~70%로 줄어들기 때문에 총 근로시간은 더 줄어들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정식 장관은 "권고문에 담긴 과제가 장시간 근로와 임금 저하를 일으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 건강권 보호, 노동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개혁과제들이 균형감 있게 제안됐다"며 장시간 근로 우려를 일축했다.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연구회가 연장근로 단위 확대를 '노사 협의'로 남긴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노조 조직률이 14.2%에 불과한 한국에서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은 결국 사용자의 작업지시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조차 결성하기 힘들고 사용자 재량에 의해 노동시간이 강제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택·자율'이라는 말 자체가 허황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노동자의 자율적인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켜 유연 장시간 노동 체계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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