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이었는데… 알고 보니 다이어트약?

[머니S리포트-바이오기업 신약은 만병통치약?②] "계속 살이 빠져요"… 약 부작용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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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성 높은 신약후보 물질을 많이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은 '적응증'(약물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 확대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면역세포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약물) 키트루다처럼 하나의 물질에서 다양한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약후보 물질이 키트루다가 될 수는 없다. 하나의 적응증으로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도 못한 채 무분별하게 적응증 확대에 나서면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적응증 확대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와 폐해를 살펴보고 전문가들로부터 제언을 들어봤다.
기존 신약의 쓰임새를 넓혀 또 다른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왼쪽)와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약을 기반으로 개발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한다.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수년째 성과없이 변죽만 울리는 신약개발… 적응증 확대의 현주소
②당뇨약이었는데… 알고 보니 다이어트약?
③신약후보 물질의 무제한 적응증 확장… 시장 신뢰 잃는 자충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벤티지(이벨류에이트)는 1월 초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제약사 매출 전망보고서에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의 전년 대비 신규 매출액이 각각 35억달러(약 4조3500억원·이하 1월18일 환율 기준), 20억달러(약 2조4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양사의 2021년 기준 매출액은 노보 노디스크 243억달러(약 30조1900억원), 일라이 릴리 283억달러(약 35조1600억원) 등이었다.

수십 억달러씩의 추가 매출이 기대되는 이유는 각각의 비만 신약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의경우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올 상반기 허가가 예상되는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얘기다. 두 제품은 비만약이 아닌 각각 오젬픽, 트루리시티라는 명칭의 당뇨약으로 먼저 개발됐다. 당뇨약이 비만약으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것은 용량뿐이다.

허가된 신약들이 다른 질환으로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다른 질환에서 효과를 보여 아예 새로운 신약으로 탄생하거나 신약의 시장성을 키우기 위해 동종 질환에서 추가 적응증(약의 치료 범위)을 확대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 신약은 개발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으로 변신한 사례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이 같은 약의 변신 대해 "하나의 약으로부터 의학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약 때문인가(?)… 왜 살이 빠지지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GLP-1은 인체에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당뇨약 개발에 나섰으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GLP-1의 경우 체내에서 분해돼 효과를 내지 못했다. 체내 분해를 막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것이 GLP-1 유사체다.

GLP-1 유사체가 살이 빠진다는 점을 처음 확인한 건 노보 노디스크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기반의 당뇨약 빅토자의 임상시험 중 피험자의 체중이 감소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체내 인슐린 분비뿐 아니라 공복에도 포만감을 줘 식욕을 억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07년 빅토자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2014년 말 비만 신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FDA로부터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삭센다는 2018년 국내에 발매돼 체중 감소 효과가 탁월하다는 입소문으로 비만 치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를 통해 입증한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한 약이다. 삭센다는 매일 맞아야 하는 약이었던 반면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도록 개발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14개월 동안 위고비를 투여한 환자들의 체중이 평균 15%가량 감소했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해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개발한 신약이 환자 몸에서 개발 의도와 달리 다양하게 작용해 새로운 적응증을 확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다양한 약효를 보여 쓰임새를 넓힌 신약 현황./그래픽=김은옥 기자


약물 부작용이 전 세계 최초의 치료제로…


개발 의도와 달리 약이 환자의 몸에서 다르게 작용해 새로운 신약으로 탄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화이자(현 비아트리스)의 발기부전증약 비아그라와 MSD(현 오가논)의 탈모약 프로페시아다. 비아그라는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었다. 하지만 임상에 참여한 남성들의 성기가 계속해서 발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게 개발의 시작이었다. 전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MSD는 프로페시아를 전립선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 머리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전 세계에서 첫 먹는 탈모약 개발에 성공했다.

부작용에서 새로운 신약으로 탄생한 경우가 있다면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약효가 뛰어나 쓰임새를 확대했다. 2014년 흑색종 치료제로 FDA의 허가받은 키트루다는 전 세계적으로 1700건이 넘는 병용 임상을 통해 18개 암종에 대한 38개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벨류에이트는 올해 키트루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5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신약으로 시장 넓히는 한국산 신약들


국내 기업들도 개발한 신약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HK이노엔은 국산 30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이로 인해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활용해 다양한 적응증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케이캡이 확보한 적응증은 초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등 두 가지에 이어 다양한 임상을 통해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25mg)까지 확대됐다. 적응증의 확대는 케이캡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 이래 2021년 처음 매출 1096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125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국산 31호 폐암 신약 렉라자의 지위 승격을 예고하고 있다. 렉라자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암 치료를 위한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3상을 통해 폐암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고 폐암 환자 치료 시 가장 먼저 쓰이는 1차 치료제로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폐암을 치료하는 약이더라도 차수가 낮을수록 시장 규모는 확대된다.


 

지용준
지용준 jyjun@mt.co.kr

안녕하세요. 산업2부 제약바이오팀 지용준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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