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출신' 권상우 처럼… '40대' 은행원 희망퇴직 러시

[머니S리포트-금융권 구조조정, 미풍? 태풍?①] 5대 은행, 올해 3000명가량 희망퇴직… 점포수 줄이고 인력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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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희망퇴직 대상을 넓히고 있다. 경영 효율화와 함께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증권사와 카드사들도 경영 여건 악화를 이유로 자구책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면 보험사들은 올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행을 계기로 일시적인 자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겨울 금융권 감원 바람은 미풍에 그칠까, 태풍으로 번질까.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업고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의 여유 있는 제2의 인생을 지원하는 동시에 은행들은 인력 효율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S대 출신' 권상우 처럼… '40대' 은행원 희망퇴직 러시
② 다올·케이프가 당긴 방아쇠… 미래·KB까지 구조조정 한파
③ 카드·보험도 직원 줄인다… 업권별 온도차 '뚜렷'
④ 고참은 남고 신참·중참은 짐 싼다… '구조조정'의 역설


#. 서울대 출신 엘리트 직장인 a저씨(권상우 역)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최연소 차장이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희망퇴직을 권고받았다. 경기침체로 회사의 경영이 악화하자 차장급 직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회사 동료들은 하나둘씩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권상우도 10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9월 수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웹드라마 '위기의 X' 한 장면이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의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크게 낮아지면서 최대 3000명에 이르는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은행의 점포·인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고금리가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41세' 1982년생도 나간다… 희망퇴직 '정례화'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말부터 연초까지 희망퇴직 신청받았다. 최소 만 41세부터 58세까지다.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직원 가운데 1982년생(41세)을 포함한 452명이 은행을 떠났다. 희망퇴직자는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늘었다.

우리은행도 1980년생(43세)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다. 관리자급에선 1974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책임자와 행원급에선 각각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됐다.

KB국민은행은 1967∼1972년생(51~56세)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받았다. 신청자는 700명으로 지난해 1월(674명)보다 퇴직자가 30명 정도 늘었다.

올 초 신한은행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4년(58세) 이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와 4급 이하 일반직·RS(리테일서비스)직·무기계약인력·관리지원계약인력 중 1978년(44세) 이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부지점장 이상이 희망퇴직 대상이었으나 올해에는 직급은 부지점장 아래로 연령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했거나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받았다.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임금피크특별퇴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1967년(55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지난해 초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선 1817명의 은행원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이 확대돼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2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영업점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과 인력 적체 해소 등을 위해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고 있다"며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고 조건을 확대해 인생 2막 설계에 나서는 파이어족(조기 은퇴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5억 받고 떠나요" 성과급 400% 파격 조건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은행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이 이어지는 주된 이유는 확대된 보상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에 이자 수익이 늘어난 은행권은 높은 수준의 희망 퇴직금을 제시하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이 대체로 제시한 특별퇴직금은 3년(36개월) 안팎이다. 또 재취업 지원비와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등 의료 비용 등을 각각 수천만 원씩 지원한다. 가령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특별퇴직금은 4억~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KB국민은행이 공시한 임직원 급여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직원들은 평균 15년8개월을 근무했다. 6개월간 평균 급여는 5800만원이다. 여기에 3년치 급여를 단순 계산하면 3억4800만원이 된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평균 15년6개월을 근무했고 지난해 상반기 5400만원을 받았다. 3년치 월급은 3억2400만원 규모다. 하나은행 행원들은 평균 15년8개월을 일했고 6600만원을 지급받았다. 3년치는 3억9600만원으로 집계된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평균 16년6개월을 근무했고 5700만원을 수령했다. 3년치를 환산하면 3억4200만원 규모다. NH농협은행 직원들은 평균 13년1개월을 일했고 4900만원을 받았다. 3년치 급여는 2억9400만원이다.

통상 은행원의 퇴직이 집중되는 연령층의 근속연수와 급여가 평균보다 올라가기 때문에 특별퇴직금은 더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1년 기준 5대 은행의 성과급을 포함한 직원 평균 총급여액은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시중은행 자료를 취합한 결과 5대 은행 가운데 평균 총급여가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1억1074만원이다. 이어 신한은행 1억529만원, 하나은행 1억525만원, 우리은행 1억171만원, 농협은행 1억162만원의 순이다.

여기에 300%에 달하는 성과급과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 교육비 등 각종 지원금이 추가로 지급되기 때문에 은행원들이 받는 1인당 받는 특별퇴직금은 최대 5억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농협은행은 기본급(통상임금) 대비 성과급 지급 비율을 2021년 350%에서 2022년 400%로 올리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2021년 300%에서 2022년 361%(우리사주 61% 포함)로 올려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성과급 비율을 300%에서 280%로 내리는 대신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실제 직원이 받는 금액은 더 늘었다.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인 임금 인상률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평균 급여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5대 은행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단체협상을 마친 은행들부터 성과급을 대폭 인상해 특별퇴직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 흐름 등이 맞물려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29일 내놓은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은행 고객 중 모바일을 이용하는 고객이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소비자의 82.1%는 최근 6개월 내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점 이용 고객 37.9%의 2.2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 감소(지점 폐쇄·출장소 전환) 규모는 ▲ 2018년 74개 ▲ 2019년 94개 ▲ 2020년 216개 ▲ 2021년 209개 ▲ 2022년(8월까지) 179개다.

다만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이 있어 무작정 줄이기만 할 수는 없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점포망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은 은행의 생존전략 차원"이라면서도 "디지털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등 금융서비스 과소 제공 우려 지역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드래프트 제도' 도입, 공동점포 운영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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