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대공수사권 조정, CIA와 FBI가 보여준 모범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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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 2023.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 2023.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우리 CIA는 국내에서 작전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국내 작전 권한이 있는 FBI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 목적으로 네가 이 작전에 참여한 것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시카리오' 후반부에서 FBI(연방수사국) 요원인 주인공 케이트는 CIA(중앙정보국) 요원 맷에게 이런 말을 듣고 혼란에 빠진다. 이 영화는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서 미국과 멕시코에 오가며 작전을 펼치는 CIA·FBI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외 정보활동이 주 임무인 미국 CIA는 권한이 없어 미국 안에서 수사나 작전을 펼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 연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 FBI를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케이트와 맷은 마약범죄 실체에 가까워지는 동안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대립한다.

세계 최대·최고의 정보기관을 보유한 미국의 안보 체계는 왜 이토록 불편하게 쪼개져 있는 걸까. FBI·CIA의 역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1924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48년간 FBI 수장을 지낸 에드거 후버는 광범위한 도청·사찰로 확보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후버는 미국에 반대하는 이들을 공산주의로 낙인찍고 빨갱이 색출을 위해 불법 감청과 불법 구금·체포 등도 서슴지않았다. 대통령까지 사찰해 약점을 잡을 정도였다.

1947년이 돼서야 CIA가 창설돼 해외정보 수집을 맡고, FBI는 국내정보 수집·수사에 집중하게 됐다. 정보수집 업무를 여러 기관에 맡겨 정보 독점을 차단하는 동시에 견제를 유도한 것이다.

경쟁만 하던 CIA와 FBI는 2000년 9.11 테러 당시 사전 정보 수집 과정에서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DNI(국가정보국)를 만들어 정보기관 간 정보 협력을 총괄하도록 했다. 결국 미국 내 정보기관 간의 견제와 협력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정원은 CIA와 FBI를 합친 만큼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태어났다.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을 창설하면서 반혁명 세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정은 권위주의 정권의 연장을 위해 반정부 인사에 대한 고문과 납치 등 탄압에 집중하는 등 '후버 시대 FBI'의 길을 걸었다.

애초에 다른 정보기관으로부터 견제받지 않다 보니 군사정권이라는 암흑기를 한참 지난 2010년대에도 국정원의 탈법행위들이 이어졌다. 결국 2020년 말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켜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국정원은 해외정보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국정원법은 국정원과 경찰, 즉 방첩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CIA·FBI처럼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 역시 정보기관을 국내와 국외로 분리해 놓고 중복되는 분야에서는 자연스레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국정원 개혁은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최근 전국 곳곳에서 간첩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공 수사권 이관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여파로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 이관을 위해 입법예고까지 한 '안보범죄정보협력센터' 설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력센터에선 경찰과 국정원이 합동으로 근무하며 국내외 안보 범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공유한다.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받아 경찰이 수사하는 이상적인 협조체계다. 전문가들 역시 이 협조체제만 안정적으로 구축이 된다면 대공 수사에 큰 구멍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공 수사권을 국정원에서 분리하기로 한 것은 정보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간첩단을 이유로 대공 수사권 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동문서답'이다.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면 앞으로 남은 1년이란 시간동안 경찰과 국정원이 제대로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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