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인수 직후 '칼 휘두른' 글로벌세아… 현장직 뺀 전 임원 잘랐다

[머니S리포트-건설업계 '칼바람'] ② 40년 자리 지킨 오너도 내쫓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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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돌입하며 구조조정 이슈가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금융권과 유통가에 이어 구조조정 공포에 떨고 있는 곳은 건설업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황금알을 낳던 주택사업은 애물단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형건설업체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주택사업 전문가에서 재무·위기관리 전문가로 빠르게 교체한 것 역시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건설업체들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GS건설, 롯데건설과 지난해 인수·합병(M&A)을 한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이다.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쌍용건설은 임원 절반 해고라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구조조정의 포문을 열었다.
글로벌세아는 정기인사 나흘 전인 12월29일 쌍용건설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존 임원 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사진 제공=쌍용건설
◆기사 게재 순서
(1) 건설 한파에 대형사도 비상경영…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메웠다
(2) 쌍용건설 인수 직후 '칼 휘두른' 글로벌세아… 현장직 뺀 전 임원 잘랐다
(3) 건축·주택 매출 '80%' 육박한 대형건설업체 '비상'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적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감도는 건설업계에 시공능력평가 33위(2022년 기준)인 쌍용건설이 대규모 임원 해고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쌍용건설 지분 90%를 사들인 글로벌세아그룹은 인수·합병(M&A)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광석화처럼 칼을 휘둘렀다. 이미 예고된 것처럼 지난 1월2일 그룹 내 인사인 김기명 사장을 쌍용건설 대표이사에 앉혔다.

건설업계에 충격을 준 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대대적 임원 감축이었다. 글로벌세아는 정기인사 나흘 전인 12월29일 쌍용건설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존 임원 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이 중 일부는 주총 하루 전날 해고 사실을 통보했다. 뒤늦은 해고 통보를 받은 해당 임원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일가 총수이자 40여년 간 회사를 운영해 왔던 김석준 회장 역시 대표이사직에서 내쫓긴 채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대표이사직을 받은 김기명 사장은 김석준 회장이 사용하던 회의실을 없애고 본인의 방으로 꾸몄다.

점령군인 글로벌세아 측은 직원 희망퇴직 등 추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영진의 결정을 알 수 없다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쌍용건설 내부에서도 인수자 측의 인사 계획을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런 눈치다. 하지만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산업계 전체가 역대급 고용한파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적잖은 구조조정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사 진행 현장 임원 빼곤 사실상 전원 해고


글로벌세아는 김기명 사장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동시에 신규 사장으로 1955년생인 김인수 전 현대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단장을 영입했다. 앞서 해고당한 임원 중엔 50대 젊은 임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글로벌세아 측은 이 같은 무더기 해고에 대해 경영정상화 수순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해고된 임원들은 55세 이상으로 젊지도 않다"면서 "직원 희망퇴직 계획은 없지만 경영진의 계획까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고된 임원들은 기획·법무·홍보 등 지원 부서인 반면, 자리를 지킨 15명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부서의 실무진으로 알려져 당장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해고할 수 있는 모든 임원을 잘라낸 셈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고위 관계자는 "기업 M&A에서 경영진 교체는 정해진 수순이지만 쌍용건설 사태는 속도나 규모 면에서 예상 범위를 넘는 수준"이라며 "경기침체를 감안했다곤 하지만 인수자 측의 경영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남은 직원들도 불안한 고용 상황


현재 쌍용건설은 조직개편을 준비하며 사무실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입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건설업계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 사장직을 겸직하는 김기명 사장은 해외수출 등 무역과 유통분야에선 잔뼈가 굵었지만 건설 경험은 전무하다. 1957년생인 김기명 사장은 2007년 나산(현 인디에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며 글로벌세아에 합류, 세아상역 미국총괄법인장과 코스타리카 방직공장 사장을 거쳤다. 이번 쌍용건설 인수에도 관여했다.

김 사장의 건설 이해도가 낮은 점을 고려한 듯 글로벌세아는 김인수 전 현대건설 GBC 사업단장도 사장으로 영입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김인수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 40년 이상 '현대맨'으로 현장을 지켰다.

쌍용건설은 한때 시평 7위에 오르고 싱가포르 랜드마크이자 고난도 공사인 '마리아 베이 샌즈호텔'의 시공사로 명성을 떨쳤다. 글로벌세아그룹은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00%에서 200% 중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슈] 몰락한 오너가의 쓸쓸한 퇴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석준 회장은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1977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1983년부터 쌍용건설을 이끌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쌍용그룹 해체 후 쌍용건설은 최대주주가 두 번 바뀌는 고난을 겪었지만 김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며 건설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인수 의사를 보일 때만 해도 회사 안팎에선 긍정적 전망이 많았다. 의류·패션·플랜트·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세아에 쌍용건설의 해외 네트워크가 결합돼 시너지를 낼 것이란 분위기였다. 건설업 경력이 없는 글로벌세아가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해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예측은 공고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29일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날 '월간 회의'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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