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스펙… 청년 울리는 고용세습

[머니S리포트-일자리 창출 해법을 찾아라] ④ 개혁 칼 빼든 정부 vs 세습 없다는 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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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고용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80만명 넘게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올해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면서다. 양질의 고용을 위해선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국내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에 맞춘 시니어 일자리 혁신도 필요하며 공정한 채용 기회를 가로막는 일부 기업 노조의 폐습도 막아야 한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 건강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살펴봤다.
정부가 노동조합의 고용 세습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 기아차 공장 정문.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얼어붙은 일자리… 올해 고용시장 한파 몰아친다
②민간 일자리 창출 핵심은 '노동개혁'
③"일 다운 일 없나요"… 시니어 일자리 혁신하려면
④부모가 스펙… 청년 울리는 고용세습
⑤'건강한 일자리' 창출, 헛구호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청년들의 공정한 채용기회를 보장하고 건전한 채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고용세습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일부 업계에서 행해진 부모의 자리를 자녀가 이어받는 고용세습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사문화된 지 오래인 조항을 빌미로 정부가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단체협약에 '특채 조항'… 정년퇴직자 가족 우선 채용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 중 63개 사업장에서 위법한 단체협약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58곳은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업무 외 상병(傷病)자, 직원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가지고 있었다. 5곳은 노동조합 또는 직원의 추천자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있었다.

정년퇴직자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있는 사업장은 현대제철, 현대위아, 효성(창원공장), STX조선해양, STX엔진(제1사업장), OCI(포항공장), 한국철강, 두원정공 등이었다. 기아자동차와 자일대우버스는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근속자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조합과 직원의 추천 시 채용을 우대하는 곳은 삼안여객, 보성여객자동차, 새천안교통, 충남고속, 현대성우오토모티브 등으로 조사됐다.

위법한 조항을 포함한 사업장 비율은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고 일부 상급노동조합 소속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300명 미만 30곳 ▲300명 이상 999명 이하 21곳 ▲1000명 이상 12곳으로 집계됐다.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43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 18곳, 미가입 2곳 등이었다.


청년 울리는 '노조 고용세습' 막는다


정부는 위법한 조항을 가지고 있는 일부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시정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노사는 자율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체결된 협약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위반될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미시정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등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둔 60곳(폐업 3곳 제외) 중 57곳(95%)이 해당 조항을 없애거나 정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시정명령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제철, 세아창원특수강, 건국대 충주병원 등 38곳은 자율 개선을 마쳤다. 기아, 효성중공업, 현대위아 등 14곳은 정부의 시정명령 요청을 지방노동위원회가 의결해 시정명령 조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대응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련 브리핑에서 "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와 다를 바 없다"며 "부모 찬스로부터 소외된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채용 우대는 사문화된 규정… 현실 적용 안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노동계는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현장에서 우대 채용이 적용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채용에 관여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공개채용으로 이뤄지는 전형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우대 혜택을 주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주장하는 고용세습은 사문화돼 없어진 지 15년도 넘었다"며 "생산직이나 일반직 채용 시 직원 자녀라고 해서 가산점을 주는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 간부라도 채용에 관여할 수 없고 모든 인사는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을 빌미로 노조에 '비리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경찰은 노조가 건설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8개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바 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과거 산재 사고를 당한 조합원의 생계 문제를 위해 우대 채용하는 단협 조항이 있었지만 실제로 적용 중인 사업장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사문화돼 실효성이 없는 조항을 이용해 노조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가하고 있는 노동조합 전반에 대한 공세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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