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광장,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분향소 찾는 사람들 [Z시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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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8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추모 분향소에 놓인 편지. /사진=김태욱 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잠드소서."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추모 분향소에 놓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편지는 지난 7일 분향소와 함께 지하(녹사평역 지하 4층)로 옮겨질 뻔했다.

추모 분향소 위치를 놓고 서울시와 유가족 사이 갈등이 첨예하다.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서울광장이 아닌 새로운 추모공간을 제안해달라"고 요구하자 유가족 측은 서울시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7일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추모 분향소에 대한 행정집행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유가족 측이 새 추모공간을 제안하지 않으면 오는 15일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녹사평역 지하 4층이요?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펄쩍 뛰었다. 이 국장은 머니S와의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유가족 측과의 협의를 사실상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가족 측이 (분향소 장소로) 녹사평역 지하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8일 낮시간대 찾은 서울광장 추모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동료와 함께 추모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김씨(남·26)는 유가족 측과 서울시의 갈등에 대해 "지금처럼 분향소가 광화문 인근에 있으면 좋겠다"며 "광화문 일대에 추모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유가족 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이씨(여·25)는 "희생자들이 또래 친구들 같아 마음 아프다"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향소는 광화문광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드넓은 광장에 조그마한 추모 공간 설치가 무엇이 어렵다는 것인가"라며 "유족 측이 반대하듯 녹사평역 지하 이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슬픔은 함께 나눠야 치유되지 않을까요?"


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둘러보는 시민들. /사진=김태욱 기자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스파일씨(여·37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 여행 마지막 날 추모 분향소를 찾았다는 그는 "이태원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추모 공간이 지하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세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그는 "아이들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설명해줬다"며 "특히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해 더욱 와닿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아이들에게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슬픔은 함께 공유해야 치유되지 않나"라고 반문한 그는 "이렇게라도 추모 공간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모 공간이 지하로 이동하면 접근성이 제한될 것 같다"며 "지금과 같이 지상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점심 시간이 지난 1시30분쯤 추모 공간을 찾은 안씨(25·남)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희생자 영정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보인 그는 "유가족 측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며 "단지 함께 공감하자는 것인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드넓은 광장,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요"


사진은 8일 오후 공화문광장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
"드넓은 광장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요?"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직장인 이모씨(여·24세)는 이렇게 말하며 분노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이 텅 비었다"며 "가장 바쁜 평일 시간대인 오후 1시에도 이 정도로 한산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장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며 "분향소 설치를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어 만난 직장인 김모씨(여·34세)도 "유가족 측은 광화문광장도 아닌 옆에 있는 조그마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한 것 아닌가"라며 "분향소 설치가 그리 어렵냐"라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 이미현 국장은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궁금하다"며 "최근 세종로 공원에 의자와 화분 등이 갑자기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향소를 설치 못하게 하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족 측은 주말 집회 등을 고려해 광화문광장이 아닌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한 것이다"며 "그런데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태욱
김태욱 taewook9703@mt.co.kr

김태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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