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더니 '환경 파괴'… 소비자 기만하는 '그린워싱' 여전

[머니S리포트 - 위장 친환경 '그린워싱' 딜레마] ① 아이폰·코카콜라에 스타벅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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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실제론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도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은 기업들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 글로벌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많은 경비와 노력을 쏟으면서도 막상 이 논란에 한 번 빠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허위과장의 모호성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일단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낙인이 찍히면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기업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정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친환경 여부를 인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지금. 그린워싱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짚어봤다.
산업계 곳곳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친환경이라더니 '환경 파괴'… 소비자 기만하는 '그린워싱' 여전
②겉만 친환경 "안돼"… 그린워싱 제재 나선 정부
③'친환경' 간판에만 매몰된 기업들… 투자 없인 '도태'


#.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스마트폰 신제품 구성 품목에 충전기를 제외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 정책은 기존 애플 제품 이용자에 한해서만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아이폰 충전 단자는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아 신규 고객은 충전기를 따로 구매해야만 한다.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나오고 운송에 필요한 탄소까지 이중으로 배출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되레 '그린워싱' 사례도 늘고 있다. 그린워싱은 실제론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한다. 기업 이미지 제고와 단기 홍보 효과를 노린 의도로 보이며 결과적으론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친환경이라고 해서 믿고 샀는데… 기만당한 기분"


그린워싱 사례론 스타벅스의 텀블러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인 텀블러 판매가 오히려 환경 파괴에 일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는 텀블러 특성상 탄소 저감에 영향을 주려면 수백 번 재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주요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 고객의 수집 욕구를 자극해 신제품 구매를 유도한다는 평가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22 SS 홀리데이 켄처 레드 텀블러'를 출시했고 올 초에도 '뉴이어 위시버니 코나 텀블러' 등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스타벅스 텀블러를 다수 구매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A씨(27)는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텀블러 지참 고객에게만 테이크아웃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투입 비용이 비싸더라도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타벅스 텀블러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카콜라와 H&M도 각각 기후협약 후원과 친환경 의류 마케팅을 이유로 그린워싱 논란을 겪었다. 1년에 1200억개에 달하는 일회용 플라스틱병을 생산하는 코카콜라는 지난해 11월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후원사로 나서면서 마케팅으로만 친환경 행세를 한다고 비판받았다. H&M은 일부 의류에 친환경 라벨을 붙여 판매했으나 해당 제품이 친환경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워싱은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점에서 반발을 산다. 환경 보호를 위해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임에도 환경 보호에 도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가 환경 파괴에 기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직장인 B씨(24)는 "그린워싱은 환경보다는 기업 이익에 중점에 두고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용한 부도덕한 행위"라며 "(그린워싱)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26)도 "일부 그린워싱 사례로 인해 실제로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사업마저도 의심받곤 한다"며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사업을 펼치는데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SK·GS 등… B2B 영역까지 번진 '그린워싱' 논란


사진은 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진=SK E&S 제공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그린워싱 논란이 일고 있는 사례로는 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있다. SK E&S는 2021년 3월 해당 가스전에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액화천연가스(CO₂ free LNG)를 생산하고 청정수소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홍보했다.

환경자문사 ERM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천연가스 생산·운송·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연간 1350만톤 배출될 것으로 봤다. 해당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해선 30년생 소나무(연간 탄소 6.6㎏ 흡수) 20억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SK E&S는 'CO₂ free LNG'라는 명칭이 논란이 되자 기존 홍보자료에 있던 표현을 '저탄소 LNG'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SK E&S측은 "공정위도 해당 광고를 (구상 혹은 계획 등으로 판단돼) 그린워싱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표현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K E&S 관계자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 1350만톤은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전량 LNG발전소에 투입한다는 가정에서 산출된 것"이라면서 "당사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도입한 LNG를 CCS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CCS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SK E&S측은 "이산화탄소 분리·포집은 1930년대부터 상용화된 기술로, 이미 전 세계에서 30여개의 CCS 프로젝트가 상업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탄소중립 원유 홍보와 관련, 지난해 말 향후 경영 활동 시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환경부 행정지도(권고)를 받았다. 극히 일부 제품에 적용된 것을 전체 제품에 적용하거나 기업 이미지 개선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GS칼텍스는 환경부 행정지도 이후에도 관련 홍보물을 수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환경기후단체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방법으로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성숙도가 부족하다"며 "주로 탄소배출권 거래를 내세우는데 탄소배출권이 진정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신뢰도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 배출을 상쇄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도 이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 없이 한국전력에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재생에너지를 조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등 문제가 있는 제도가 여럿 있다"며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PPA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자가 직접 구매하는 제도다.


 

김동욱
김동욱 ase846@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 1부 재계팀 김동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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