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집 머슴 부럽네"… 성과급도 양극화, 중소기업 종사자 '한숨'

[머니S리포트 - 재계 덮친 성과급 후폭풍] ② 대기업 대비 열악한 처우에 부정적 인식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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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재계의 성과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덮쳤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선 부서별로 성과급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며 노노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일부 대기업의 과도한 성과급이 중소기업과의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기야 정치권에선 일부 기업들의 성과급에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성과급 이슈를 짚어봤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같은 회사 맞나요?"… 부서에 따라 '극과 극' 성과급에 불만 터졌다
②"대감집 머슴 부럽네"… 성과급도 양극화, 중소기업 한숨
③물가 급등에 허리 휘는 서민들… 성과급으로 돈 잔치하는 기업들


"CJ올리브영 초과이익분배금(PS) 연봉의 160% 지급. 월급의 160% 아니고 머천다이저(MD) 부문은 연봉의 80~160%, 기타 사업부 20~40%. 이제 올리브영도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네카라쿠배당토), 삼성전자 반도체(DS), SK하이닉스, 현대차에 비벼본다고요!"

지난 1월 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달군 CJ올리브영 재직자의 글이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과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뛰어난 성과를 낸 임직원에 회사가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글에선 올리브영 재직자라고 주장한 인물이 통장에 성과급으로 9000만원이 입금된 내역을 공개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화제가 됐다.

올리브영 외에도 주요 대기업들의 연봉, 혹은 기본급 대비 수백~수천%에 달하는 성과급 인증글이 올라오면서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한탄하는 댓글이 줄을 지었다. '역시 대감집 노비를 해야 한다'는 식의 부러움과 함께 처우가 열악한 중소기업을 욕설에 빗대 'X소기업'이라고 폄하하는 자조까지 등장했다. 대기업의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가 중소기업과의 양극화 문제를 극명하게 부각시킨 셈이다.


대기업 성과급 잔치… 양극화 부각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41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귀속 성과급 지급 현황'을 설문한 결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은 대·중견기업(67.2%)이 중소·스타트업(54%)보다 13.2%포인트 높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일정 부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규모 및 업종별 임금인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상용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362만8000원)보다 6.1% 오른 38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 328만원에서 343만7000원으로 인상률이 4.8%인데 비해 300인 이상 대기업은 525만4000원에서 576만8000원으로 9.8% 올랐다.

대기업 임금 인상률이 두 배가량 높은 원인은 성과급 등 특별급여의 차이 때문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정액 급여 인상률은 평균 4.1%로 300인 이상 대기업 인상률(4.3%)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특별급여 인상률은 300인 미만이 평균 12.1%인데 반해 300인 이상은 26.2%로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성과급을 비롯한 특별급여 격차가 규모별로 매우 크다"며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성과 보상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일부 업종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액의 성과급이 그렇지 못한 기업의 근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격차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과급 차이가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은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근로자간 성과공유제 현황과 발전과제' 보고서에서 "청년 및 구직자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는 낮은 임금이 주요 원인으로, 특히 성과급 등 특별급여 차이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로 인해 청년 구직자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 성장정체와 보상 여력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만성 인력부족 심화 우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고질병인 만성 인력부족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채용동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0.7%가 필요인원보다 적은 수의 인력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재직인원 비중은 필요 인원의 82.9% 수준이었다. 기업 과반(57.0%)은 '인력부족' 상태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 조사와 비교해 13.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통계에서도 지난해 기준 직원이 300인 미만인 기업의 '빈 일자리' 비율은 월평균 1.4%로 300인 이상인 기업 0.3%의 4.5배에 달했다. 300인 미만의 빈 일자리 비율은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반면 300인 이상은 변함이 없었다. 이직자 수도 지난해 300인 미만은 79만7000명(5.5%)인데 비해 300인 이상은 11만명(3.5%)으로 규모가 작을수록 이직 비율이 더 높았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성과급이나 임금 불균형에 대한 부담이 높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10인 미만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도 대기업처럼 두둑한 성과급을 주고 싶지만 대출금리를 비롯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증가했고 경기상황도 어려워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이 수백%씩 성과급을 준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직원들 눈치도 보이고 가뜩이나 사람도 잘 안 뽑히는데 나가겠다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이 경제위기 상황과 사회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해 지나친 성과급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이미 기본임금에서부터 두 배가량 차이가 나는데 과도한 성과급은 위화감과 상대적인 박탈감,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경쟁적인 성과급 인상보단 미래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해야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갈등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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