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편해요"… 노인·외국인도 반긴 '현금 없는 버스' [Z시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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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이달부터 서울 시내버스 가운데 현금 없는 버스가 1876대까지 늘었다. 사진은 서울 남대문세무서·서울 백병원 정류장에 붙어 있는 '01번 현금 없는 버스' 안내문. 안내 문구는 영어·중국어·일본어로도 표기됐다. /사진=이재현 기자
"서울 여행 전 공항에서 미리 교통카드 구매했어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바일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도 등록해야죠."

서울시가 이달부터 현금 없는 버스 노선을 확대 운행하고 있다. 해당 버스는 앞쪽에 배치했던 현금함을 없앤 대신 카드 단말기만 두고 각종 카드(신용·체크·교통카드), 모바일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 계좌이체 등의 방법으로만 요금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머니S가 찾은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정류장에는 '현금 없는 버스'라는 플랜카드를 내건 버스가 줄지어 정차했다. 승객들은 익숙한듯 각자 휴대폰이나 카드를 꺼내들고 요금을 지불한 후 올라탔다. 시내버스 기사 김모씨(50대)는 "아직도 간혹 현금함이 왜 없어졌냐고 묻는 승객이 있긴 하지만 크게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대다수가 카드를 사용해서인지 시민들은 현금 없는 버스의 노선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작정 카드나 앱 사용을 강제하기 이전에 현실적인 대안 마련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현금없는 시내버스 1876대… 4대에 1대꼴


사진은 현금 없는 버스 앞에 걸린 현수막(위)과 현금함이 있던 자리에 붙은 안내판. /사진=이재현 기자
지난 1일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운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시범 운행했던 18개 노선을 108개로 늘리고 436대였던 현금 없는 버스를 1876대까지 확대했다. 전체 서울 버스 중 현금 없는 버스 비율은 6%에서 25%로 증가했다. 4대 중 1대꼴인 셈이다.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 시행 배경에 대해 "현금 이용객이 1% 미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이용 승객 비율은 지난 2012년 3%에서 지난해 0.6%로 감소했다. 시는 5년 이내 0.1%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또 버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승객 안전사고 등도 현금함을 없앤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승객이 넘어지며 철로 된 현금함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금 사용자가 적은데도 현금 정산작업을 위해 1년에 2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는 등 효율성 문제도 거론됐다.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시행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노선이 확대됐는데 현재까지 시민 민원이나 불만사항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현금없는 버스 전면 확대를 원하다는 건의사항도 종종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시민의 민원이나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국인이나 노인 등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외국인 "교통카드 사용 익숙"… 전면 도입은 '글쎄'


기자가 "카드가 없으니 계좌이체를 해도 되냐"고 묻자 버스 기사가 건넨 요금납부 안내서. 기존 현금함이 있던 자리엔 '교통카드 전용버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고 눈에 띄게 넓어진 입구 공간이 보인다. /사진=이재현 기자
지난 14일 낮 머니S가 찾은 명동역 인근 버스정류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외국인 관광객이 현금 없는 버스에 불편함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들은 교통카드 사용에 능숙한 모습이었다.

한국여행이 처음이라는 태국인 A씨는 "먼저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알려줘서 공항에서 미리 교통카드에 돈을 충전해왔다"며 "관광객 입장에선 오히려 지불 수단을 카드로 통일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B·C씨도 "일반 체크카드를 교통카드로 사용중"이라며 "중국에서도 카드나 QR코드로 버스요금을 냈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여행 온 친구들은 환전한 돈을 다 쓰고 가기 위해서 버스에서 현금으로 내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럴 땐 불편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종각역 인근 정류장에서 만난 70대 이모씨는 "노인 대다수는 교통카드를 지급받아 쓰고 있어서 카드 지불이 편하다"며 "계좌이체나 앱 이용은 번거롭지만 카드는 미리 충전만 해두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현금이 없을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승객도 있었다. 현금 없는 버스로 운행되는 160번 버스를 타고 서울 성북구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전모씨(36)는 "지난주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와 계좌이체를 처음 해봤다"며 "혼잡한 시간대라 돈을 보내고 기사님께 확인받기까지 너무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이럴 경우를 대비해 모바일 교통카드 앱을 미리 등록해 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머니S가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원래 현금을 잘 안 써서 현금 없는 버스가 불편하진 않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현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있으니 '현금없는 버스'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비용·효율성 면에서 타당" vs "대중교통은 공공성 갖춰야"


사진은 현금 없는 버스 내부에 게재된 모바일 교통카드 홍보와 이용방법 안내문. /사진=이재현 기자
버스에서 현금함을 아예 없애버린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비용·효율적 관점에서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스요금을 현금으로 받을 경우 버스운영자 입장에서 현금 수집 및 관리에 따른 절차가 복잡해 적지 않은 시간·행정·금전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규모 버스정류장 등에 승차권 발매기 등을 설치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편의점 등 교통카드 구입처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은 공항에서, 지방에서 방문하는 승객 등은 버스터미널·철도역 등에서 교통카드를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공'의 성격을 띤 교통수단은 효율성만 따질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대중교통은 공공성을 갖춰 약자나 외국인 등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준비돼야 한다"며 "소수 약자의 불편까지 고려하는 '포용 도시'가 돼야 하는데 현금 없는 버스 확대는 이와 반대로 가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소수라고 해서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계좌이체 등 대안은 오히려 시간 소모나 운전 중 사고 위험성이 더 커 효율성이 높지 않다"며 "정류장에서 교통카드를 사거나 충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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