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반발에 화들짝… '주 69시간' 백지화

[머니S리포트 - 근로시간 유연화의 그림자] ① 장시간 노동 비판에 재검토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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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도마에 올랐다.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된 현행 근로시간을 확대하려는 계획에 '장시간 노동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따라붙고 있어서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대신 근로자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쉴 땐 확실히 쉬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 부여된 연차조차 눈치를 보고 써야 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끌어 안으려던 MZ세대마저 근로시간 유연화를 반대하고 나서자 윤석열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명섭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MZ세대 반발에 화들짝… '주 69시간' 백지화
②'유럽식 한 달 장기휴가' 청사진, 왜 안 통했나
③'근로시간 개편' 숨 고르기… 재계 숙원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52시간으로 제한된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정부 발표 직후 직장인들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셌다. 이번 개편안을 반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마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 들어간 근로시간 유연화 개편안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직후 지속되는 반발을 고려한 조치다. 16일에는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캡을 씌우라고 주문했다.

고용부는 이달 초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전제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 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8시간×5일)에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 총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으로 계산해 특정주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을 넘겨도 한 달 연장근로 총량만 넘지 않으면 된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은 보장하기로 했다. 이 경우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식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이며 1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노동자와 협의로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는 주 64시간으로 제한된다.

단위기간이 확대될수록 연장근로 총량은 줄어든다.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52시간)을 기준으로 분기는 156시간(52시간×3개월)의 90%인 140시간, 반기는 312시간의 80%인 250시간, 1년은 625시간의 70%인 440시간으로 제한된다. 연장 근로시간을 돈으로 보상받는 대신 저축했다가 향후 한 달 휴가 등 장기휴가로 쓸 수 있게 법제도를 정비하기로도 했다. 필요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쉬고 싶을 때 더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했다. 장시간 노동이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편안에 따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1716시간)보다 200시간가량 많다. 이 때문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 질 것이라는 직장인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노사합의 사실상 어려워… MZ노조도 반대


정부는 주 69시간 근로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며, 연장근로 단위기간 연장은 노사 합의가 원칙인 데다 총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조 가입률이 낮은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사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근로자 2058만6000명 중 노조 조직원은 293만9000명으로 노조 가입률은 14.2%에 그친다. 민간기업 노조 조직률은 11.2%에 불과했고, 사업장 규모별로 근로자 300명 이상은 46.3%였으나 100~299명 10.4%, 30~99명 1.6%, 30명 미만 0.2%로 규모가 작을수록 노조 조직률이 미미했다.

특히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와 단기 쪼개기 노동계약이 주류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대다수 노동현장에는 노동자 선택권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 선택권이란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 경영상 효율성 제고와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MZ세대 노조가 반발하면서 '근로시간 개편안을 MZ세대가 선호할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개편안 발표 직후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요새 MZ 세대는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69시간제 악용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 근로조건을 개선해 온 국제사회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재검토와 상한선을 두라고 주문한 것이. 노동계 관계자는 "기존 강성노조에 비판적인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MZ 노조에 유화적으로 접근해 젊은 세대를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MZ노조마저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을 문제 삼자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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