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법을 이기는 따뜻한 진심

이주의 책/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양준영|조회수 : 1,738|입력 : 2013.05.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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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봤다. 즉, 로고스(Logos-논리), 파토스(Pathos-감정), 에토스(Ethos-품성)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법리다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흔히 논리적인 태도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데 이는 법정에서 법리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로고스만을 내세우면, 결국 더욱 감정이 상해 완고한 태도를 보여 서로에게 점점 더 많은 피해를 주게 된다. 먼저 상대방에게 품성, 즉 에토스로 호감을 사고 상대방의 파토스(감정)에 호소한다면 이런 파국을 면할 수 있다.

법 감정이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법을 해석하고 법리적 논거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조우성 변호사는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책에서 17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 천착해온 이 주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미국의 교육 철학자 존 듀이의 말대로 사람은 ‘존중 받고 싶은 존재’이다. 자존심이나 존재감이 되거나 뭉개지는 감정 상태를 겪게 되면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대감을 가지려 할 때 의외로 법정 다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을 보면 법은 원리 원칙대로 해야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깨진다.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송을 시비를 가리는 과정, 분쟁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소송이 치유의 과정이자, 분노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17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 얻은 결론은 사람들이 모두 가슴 속 켜켜이 분노와 원망을 쌓은 후 최후의 방법으로 택한 것이 소송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중요하며, 그럴 때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한다. 변호사를 찾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고통에 공감을 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변호사를 만나는가는 재판에 이기고 지고에 상관없이 당사자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승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 과정을 거치며 삶의 용기를 얻고 자기 치유를 시작하는가 아니면 마음속 분노를 끌어안은 채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가는 여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변호사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나 생각을 바꿔준다. 변호사는 분쟁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 하고 화를 풀게 만들어 문제를 근본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므로 성직자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변호사가 승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조율하고 어루만지는 역할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변호사만이 아니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법을 수학공식이나 객관적 논리체계로만 본다면 정말 많은 것을 놓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법은 사람 사이에 있다. 재판정에서 밝혀야 하는 것은 법조문 이전에 사람들의 다친 마음인 것이다. 법률과정은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치료이기 때문에 법조인이 의사라는 역설이 어색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치유’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궤도로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수많은 소송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도 이점일 것이다. 법은 권리 다툼이 아니라 치유이다.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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