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청춘' 이야기] 민달팽이, 달팽이로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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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를 정부가 외면하는 동안 주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쾌적한 주거환경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방 등으로 몰려들었다. 이마저도 청년들의 소득에 비하면 턱 없이 비싼 수준이다. <머니위크>는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을 살펴보고 정부정책을 진단해봤다. 나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다.

비 오는 날 길을 가다보면 간혹 마주치는 생명체. 발에 밟힐까, 작은 돌에 치일까 그 삶 자체가 퍽이나 위태로워 보인다. 껍데기 없이 살아가는 민달팽이는 어쩌면 의지할 곳 없는 오늘날의 청년들을 닮았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현재의 청년세대를 ‘민달팽이세대’라 부른다.

“우리 세대는 평생을 세입자로 살아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아무 것도 준비된 게 없어요. 평생을 집 없이 살아가는 민달팽이와 같죠.”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29)의 말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민달팽이’ 청년들이 모여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비영리 단체다. 이들은 주거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하고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청년들이 편히 몸을 뉠 수 있는 ‘달팽이집’을 공급하는 등 주거난 해결 대안을 제시한다.

◆‘불공평’에 꿈틀한 민달팽이들

“시작은 단순했어요. 대학시절 자취방 보증금 대출이자와 월세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그 시간에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이 공존했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런 ‘불공평함’을 바꿔보려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막 부모 품을 떠난 20대의 주거문제 해결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모임으로 2011년 연세대학교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대학에서 벗어나 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한 활동으로 그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임 위원장은 청년주거문제가 그간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잠시 겪는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만연했기 때문. 과거 이들의 부모세대는 20대 때 작은 월세방에서 고생하다가 결혼하면서 전셋집을 구하고 몇년 아껴살며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었다. ‘젊어서 고생’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았기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땀 흘려 번 돈만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시대잖아요. 우리는 평생 자가소유로 주거안정을 획득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출발했다. 그렇게 시작된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등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며 인지도를 키웠다.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가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는 연구결과 등을 내놓으며 유명세를 탔다.


◆‘길 잃은 청년주거난’ 대안 증명

열심히 활동했지만 세상은 느리고 변화는 쉽지 않았다. 캠페인과 정책제안 등으로 의사를 전달했지만 막상 돌아오는 성과는 없었다. 그들의 주장은 많은 공감을 샀지만 정작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있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머리를 맞대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그들이 도달한 것은 ‘협동조합 형태의 임대주택사업’이었다.

“공공임대는 누구나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원이 부족해 청년들에게 닿지 않고 민간임대시장은 고삐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잖아요. 중간지대가 없을까 생각했어요. 협동조합 차원에서 집을 구해 안정적인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도출됐죠. 우선 주택을 구해 저렴하게 월세를 받고 조합원에게 내준 뒤 이 월세를 차곡차곡 모아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사진제공=민달팽이
/사진제공=민달팽이


따져보니 확실히 경쟁력이 있었다. 공공임대주택이 원룸 하나를 공급하기 위해 드는 비용보다 공유주택으로 공급할 경우의 비용이 더 적게 드는 것. 또 협동조합인 만큼 수요가 확실해 공실률이 ‘제로’에 가깝다. ‘공유의식’을 갖춘 조합원이 입주하기 때문에 책임있는 주택관리가 가능하다. 임 위원장은 “이 사업이 성공해 새로운 청년주거시스템이 필요하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에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로 탄생한 달팽이집은 현재 3호까지 공급돼 30명의 조합원이 입주했다. 1호를 마련할 때만 해도 두가구, 6명이 살 수 있는 집을 조합원이 출자한 8200만원으로 마련했다. 처음엔 상근조합원 6명이 3개월간 거주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1호에 이어 마련된 2호는 14명이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신축 다세대 빌라를 통째로 빌렸다. 6억8000만원의 자금 중 5억원은 ‘사회투자기금’이라는 정책기금을 빌려 5년동안 장기임대했다. 최근 지어진 3호에는 13명이 입주했다.

달팽이집의 월세는 평수에 따라 23만~33만원. 주변의 60%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보증금이다. 달팽이집의 보증금은 60만~82만5000원으로 월세의 2.5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보증금을 최소한의 범위로 정한 것은 세입자의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불안정·저임금 노동시장에 놓인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약속’의 의미에 해당하는 보증금만 받기로 한 것이다. 현재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총 조합원은 550명. 이 중 단 30명만 입주했다.

임 위원장은 “550명의 조합원 중 입주를 원하는 조합원은 170여명”이라며 “입주자는 출자금과 운영비 납입, 조합행사 참여횟수 등을 종합한 객관지표와 입주 전 워크숍을 통해 입주계획서와 그룹 인터뷰 등을 평가하는 주관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170여명 중 워크숍 과정에서 입주자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는 것.

입주하지 않거나 못한 520명의 비입주 조합원들은 아무런 혜택이 없음에도 협동조합 활동을 지속한다. 임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단순히 내가 살 집을 구하겠다는 것이 아닌, 청년 주택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에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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