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인간 이긴 '금융권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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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일임형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탑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돈을 금융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ISA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높은 운용 성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달 28일 금융투자협회가 4개 시중은행의 일임형ISA상품의 3개월간 수익률을 공시한 결과 은행권의 일임형ISA 중에서 모델포트폴리오(MP) 27개 중 9개(33.3%)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적자가 심한 MP는 신한은행의 '고위험A'는 -1.46% 였고 우리은행의 초고위험 MP중 '국내우량주'는 -1.38%를 기록했다.

그동안 리테일영업에서 강점을 보였던 은행들은 한숨을 깊이 내쉬는 분위기다. 사람이 굴려주는 일임형ISA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면서 프라이빗뱅커(PB) 등 자산관리전문가들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앞으로 은행, 금융투자회사들은 일임형ISA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추가할 예정으로 사람이 운용한 ISA 수익률에서 실망한 투자자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 신드롬은 이제 은행업계로 번져 투자자의 마음을 흔든다. 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의 동침, ISA 영업전략은 어떻게 바뀔까.


/사진=이미지투데이

◆로보어드바이저 자체개발 착수

로보어드바이저는 각종 자본의 데이터를 수집해 투자알고리즘을 만들어 고객에게 투자자문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전문투자자문 컨설턴트나 자산관리사가 제공하던 투자자문서비스를 로봇이 대신하는 것으로,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등의 업무에 폭넓게 적용된다.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성능이 ISA시장 경쟁에서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체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일정요건을 갖춘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고객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선 KEB하나은행이 ‘사이버PB’를 자체개발해 유일하게 조건에 해당된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들도 시범운행 중인 로보어드바이저를 정식버전으로 출시해 고객에게 직접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S로보 플러스’의 정식버전 개발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등과 손을 잡았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은퇴 전 은퇴자금준비와 은퇴 후 생활자금설계를 모두 포함하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모델로 ‘로보어드-알파’ 정식버전을 오픈할 예정이다.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체개발하면 계좌개설부터 자산운용까지 전과정에서 온라인·비대면화가 가능해진다. 회사별로 대표 포트폴리오를 등록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실제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또 비대면 계좌개설, 자문·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온라인 계약체결만 가능했던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문·일임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보고 및 투자자 피드백도 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로보어드바이저를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직접판매부터 피드백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판매채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증권사에 비해 취약한 일임업무를 로보어드바이저가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SA시장에서 은행권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은행권은 일임형ISA시장에서 가입자 수 19만1148명, 투자금액 2800억원으로 증권사 4만3926명, 348억원을 넘어섰다. 신탁형에서도 은행권은 193만2404명, 1조4401억원으로 증권사 19만9286명, 7005억원에 2배 이상 앞선다.

그러나 실적은 증권사에 한참 뒤진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15개 증권사(116개)와 4개 은행(34개)의 150개 ISA 모델포트폴리오(MP)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MP 평균수익률은 0.91%로 은행(0.37%)보다 2.5배 높았다. 증권사가 내놓은 116개 중 103개 MP(88.8%)가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반면 은행은 34개 MP 중 25개(73.4%)만 플러스 수익을 냈다.


◆로봇업체와 제휴… 성과는 ‘글쎄’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체개발하지 않은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회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는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전문인력을 고용하기 위한 고가의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이 기존 로보어드바이저업체와 제휴할 경우 로보어드바이저를 참고하거나 활용하는 정도에 그쳐 ISA 실적개선에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배분안을 제공하면 사람이 이를 기초로 자산배분전략을 결정한다. 로봇이 위험하고 과감한 투자를 제시해도 사람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미미하다.

은행별로 자체 일임운용조직을 운용하는 곳도 없다. 국내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업체인 쿼터백, 밸류시스템투자자문(아이로보) 등과 제휴해 1.0~1.5%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0.5%인 미국에 비해 수수료가 높아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추세다.

더욱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업체의 투자법도 진부하다는 평을 받는다. 새로운 투자기법인 것처럼 마케팅하지만 실상 금융공학모델인 퀸트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트레이딩에 불과하다는 것.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적은 투자금액도 낮은 수수료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자산관리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비대면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규제를 완화해 혁신적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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