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액주주는 ‘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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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만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행태 중 일부만 제보로 이어지고 언론도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만 추려내 보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감안하면 실제 한진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는 더욱 가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들에게 불합리하고 강압적인 행동을 했다는 한진 오너일가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자신들이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를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폐지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스스로를 그처럼 존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과거 왕족과 양반이 귀한 ‘피’를 물려받았다면 이들은 귀한 ‘주식’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한진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5.2%이다. 이를 최근 한진칼 주가로 계산하면 3600억원 규모다.

그런데 한진 오너일가가 이 지분으로 지배하는 상장 5개사의 시가총액은 6조원에 달한다. 이는 5조원이 넘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등이 보유한 우호지분과 계열 회사가 보유한 지분도 있지만 이들이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남의 돈’이긴 매한가지다.

대한항공은 2015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퇴직금을 50% 더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다른 주주의 문제제기가 없었던 덕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과됐다. 단기투자성향이 강해 의결권 행사가 적은 국내 소액주주들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조 회장의 경우 보수도 유난히 많이 받았다. 지난해 조 회장이 받은 보수는 약 66억원으로 재계 10위권이다.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국내 재계서열 14위다.

오너의 보수와 달리 주주에 대한 배당은 인색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주주에 대한 현금배당을 실시했지만 이는 7년 만이다. 한진칼은 아예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이는 조 회장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배당으로 인한 혜택이 적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 등 주식의 가치는 국내주식부호 100위원 밖이다. 그런데도 한진 오너일가는 마치 지분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다른 주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대기업 오너가 이처럼 소액주주들을 대놓고 무시하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상장사는 그러한 사례가 비일비재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기가레인은 대표이사가 적대적 M&A로 해고될 경우 회사 돈으로 보상금 5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정관에 넣었다. EMW는 최대주주가 상장사 주식을 팔아 자신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써 주가가 반토막 났다.

상장사 대주주들의 이같은 행태를 보고 있으면 30~40대에게 인기 있는 웹툰 ‘덴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남의 돈을 처먹고 있으면 예의라도 있든지.” 
 

박기영 pgyshin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증권팀 박기영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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