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박사의 탈모 의학①] 활성산소와 탈모 6가지 이야기
1. 대한민국은 탈모 공화국
한국인은 5명 중에 1명꼴로 머리카락에 대해 신경을 쓴다. 대략 5천만 명의 국민 중 1천만 명이 탈모를 걱정한다. 또 탈모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한다. 병원, 화장품, 식품 등 관련 분야의 매출이 연 4조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탈모에 대해 국어사전에서는 ‘털이 빠짐, 또는 그 털’로 설명하고 있다. 또 의학사전에서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의학적인 면에서 이 풀이는 맞지 않다. 머리카락이 하루에 50~70개 빠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일반적으로 5년의 성장기, 3주의 퇴행기, 3개월의 휴지기를 거친다. 휴지기의 모발이 빠질 때쯤 그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기 모발이 자라난다. 이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는 게 모발주기다. 개인차가 있지만 이 사이클은 5년 정도 마다 일어나며 일생 동안 20회 정도 거치게 된다. 20회 주기가 끝나면 모발의 일생은 끝난다. 나이가 들면 모발이 빠지는 이유다.

탈모는 머리카락이 성장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행기 상태로 이행, 탈락되는 현상이다. 탈모 보다는 요절모(夭折毛)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탈모는 어떤 원인에 의해 머리카락 성장기가 짧아져 바로 퇴행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5년을 못 살고 불과 1~2년 만에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고 도중에 사망하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하루에 모발이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로 의심할 수 있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장소에 없게 된다.

2. 탈모의 유형과 원인


탈모는 모발 재생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낭이 보존 되었고 모유두 세포 및 벌지구역의 모발 줄기세포가 살아 있는 경우와 모낭이 존재 되지 않은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모발을 되살릴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모발이 재생되지 않는다.

탈모의 원인은 크게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으로 모발 탈락자의 70~80%에 이른다. 나머지는 환경요인이다. 피지의 과다 분비,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기타요인으로 내분비 질환, 영양 결핍, 약물 사용, 출산, 발열, 수술도 생각할 수 있다.

탈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어도 모두 다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탈모 유전자를 보유했어도 머리카락이 빠지려면 환경적 요인이 따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한다면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요인이 추가된 다인자 질환이다. 따라서 유전이 아니어도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활성산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3. 환경의 역습과 활성산소

탈모 환경 요인의 밑바탕에는 활성산소(Active Oxygen)가 있다. 활성산소는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력 강한 산소다. 유해산소라고도 하는데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 과정 외에 환경오염,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다. 지나치게 많은 활성산소는 산화작용으로 노화를 촉진하고 몸의 건강을 잃게 한다. 이때 모발의 건강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호흡작용을 알 필요가 있다. 호흡은 산소(O2)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CO2)를 내보내는 단순한 가스교환 작용을 넘어선다. 호흡의 더 깊은 의미는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있다. 몸에 들어온 산소는 폐를 통해 심장으로 보내지고, 혈액의 헤모글로빈에 의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운반된다. 미토콘드리아에 운반된 산소는 영양분을 섭취하여 만들어진 포도당을 분해시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물(H2O)과 이산화탄소 및 산소가 발생한다. 이 산소가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병원체나 니코틴처럼 몸에 해로운 이물질을 제거하는 생체 방어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관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체내에 이물질이 침투하면 몸에서는 백혈구가 동원된다. 백혈구는 강력한 활성산소나 분해 효소를 방출하여 이들을 죽이거나 소화, 분해하여 무독화 시킨다.

활성산소는 세포분열과 성장에 꼭 필요한 신호전달물질이다. 활성산소가 너무 감소하면 세포가 성장하지 못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 강화와 건강을 위해 적정량의 활성산소는 필수다. 문제는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발생되는 경우다. 활성산소가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외부의 적을 방어하는 원래의 기능을 잃는다. 오히려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적군으로 돌변한다.

과잉 생성된 활성산소는 전자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충동을 갖고 있다. 전자를 얻기 위해 정상세포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거칠어진 분자는 마구 돌아다니면서 이웃 정상세포의 분자에게서 전자를 빼앗는다. 공격을 받은 분자는 균형을 잃고 유리된 분자가 된다. 짝을 잃은 분자는 다른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도미노(Domino) 현상이 이어진다. 결국 몸을 녹슬게 만들어 각종 질병을 야기하고 노화를 촉진시킨다.

잘못된 식단, 오염물질, 과음, 약물, 자외선, 방사선, 스트레스, 노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 과다한 운동, 피로, 질병,염증 등이 있을 때 활성산소는 무수히 방출된다. 몸의 세포는 활성산소로부터 매일 약 10만 번의 공격을 받는다. 인체는 40대에 접어들면 방어 체계가 점점 약화된다. 50대에 이르면 약 30% 정도 기능이 감소된다. 각종 질병 발생과 생리적 기능 저하로 노화가 진행된다.

4. 활성산소에 의한 모발 탈락

두피에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모발이 활력을 잃는다. 활성산소가 탈모를 일으키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에게는 모발 성장 촉진유전자가 있다. 빠진 머리카락이 다시 솟아나고, 탈모가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모발 성장 촉진유전자의기능이 떨어지면 탈모가 발생한다. 그런데 활성산소는 모발성장 촉진유전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체내에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유전자의 본체인 DNA를 공격한다. DNA는 활성산소의 작용에 의하여 수소결합으로 이뤄진 연결고리의 부분이 절단된다. 또는 염기(鹽基) 부분을 풀리게 하거나 염기를 산화시켜 다른 구조로 변화시킨다. 이를 ‘유전자 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모발 촉진 유전자 설계도가 망가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모발성장인자의 생성이 감소되어 탈모가 일어난다.

둘째, 두피 혈관을 좁게 하고, 모공을 막는다.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혈관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쌓인다. 이를 소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증가한다. 활성산소는 혈관내피에서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여 과산화지질로 변하게 된다. 이물질은 마치 버터가 녹은 것처럼 끈적끈적한 상태가 돼 혈관 벽에 둘러붙는다.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다.

또 감자튀김이나 치킨, 팝콘, 과자 등에 바삭바삭한 맛을 내고 케이크를 부드럽게 하는 트랜스 지방도 혈관을 좁게 만든다. 트랜스 지방도 활성산소에 쉽게 산화되어 과산화지질로 변성되어 혈관 문제를 일으켜 모발 건강을 위협한다. 두피의 모세혈관은 매우 가늘다. 혈관이 좁아지면 바로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모근에 영양 공급이 어렵게 된다. 증가된 과산화지질이 모공을 막아 탈모를 일으킨다.

셋째, 모낭 구성 세포를 공격한다. 모낭에 관련된 세포를 공격한다. 세포막은 세포와 세포 외부의 경계를 짓는 막이다. 세포 내의 물질들을 보호하고 세포간 물질 이동을 조절한다.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공격한다. 미친 활성산소가 날뛰면서 세포막을 망가뜨리면 세포는 울타리를 잃어버린다. 활성산소가 정상세포의 옷에 구멍을 뚫거나, 아예 옷을 몽땅 벗겨버리는 꼴이 된다. 세포막이 손상된 모낭을 구성하는 세포는 사멸하여 탈모를 일으킨다.

넷째, 두피 염증을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활성산소는 증가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 분비돼 신체를 보호한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코티솔은 정상 수치보다 계속 높게 분비되어 인체의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T-임파구가 과민반응을 하면서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몸이 항상 감기몸살을 앓는 것 같이 아프다. 또 두뇌의 모세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혈류를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모발 탈락이 일어난다.

다섯째, 정상세포를 공격한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과다 분비된 활성산소는 정상세포를 문제 세포처럼 인식, 항원 결정인자를 변경시킨다. 면역세포는 아군을 적군으로 판단하여 정상세포를 공격한다. 당연히 질병이 생긴다. 이것이 ‘자가면역질환’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면 우리 몸에서는 주로 백혈구의 면역세포(B 림프구, T 림프구, 대식세포 등)가 신속하게 대처한다.

면역세포는 활성산소를 내뿜어 이물질이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그러나 면역세포는 활성산소가 너무 많아지면 정상세포도 공격한다. 염증이 자주 생기거나 세포의 손상이 빈발하면 면역세포가 활동이 많아진다. 그러면 활성산소 생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5. 활성산소를 키우는 요인

탈모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담배다. 각종 발암물질들이 함유하고 있는 담배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킨다. 혈관을 손상시키고,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마저 파괴한다. 이중삼중으로 모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 친화력이 산소보다 커서 산소를 몰아내고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이로 인해 세포에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아 세포는 빈혈 상태가 되면서 기능이 저하된다. 두피의 영양상태가 악화된다.

다음, 헤어 드라이어기다. 드라이어기는 전자파가 많이 방출된다. 전자파가 두피에 노출되면 활성산소 또한 많이 발생, 탈모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가급적 사용을 줄여야 한다. 사용 시 두피에서 30cm 떨어져서 이용하고, 찬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는 것이 좋다.

셋째, 계면활성제 샴푸다. 머리카락을 세척하고 기름기 및 불순물을 제거하는 계면활성제 중에 SLS(sodium lauryl sulfate)성분은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모발세포를 파괴시켜 탈모의 원인이 된다. 이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용할 경우에는 단시간에 이용하고 말끔히 헹구어내는 것이 좋다.

넷째, 자외선이다. 몸이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활성산소가 증가한다. 피부가 가장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자외선은 두피 등 피부노화의 주범이다. 지나친 자외선으로 과량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피부 진피층에서 생성된 콜라겐(collagen), 엘라스틴(elastin) 과 같은 섬유질과 히아루론산(hyaluronic acid)를 파괴한다. 두피에서 수분을 빼앗아 건조시킨다. 모발 건강에 좋지 않게 된다.

다섯째, 몸에 축적된 중금속이다. 몸에서 철분이나 셀레늄 등 같은 미량의 금속은 유익하지만 많으면 오히려 독성물질이 된다. 인체에 축적되어 건강을 위협하는 금속성분을 중금속(重金屬)이라 한다. 중금속이란 비중 4.0이상의 금속으로, 수은, 납, 카드뮴, 비소, 크롬, 철, 니켈, 아연, 코발트 등이 있다. 중금속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를 혼란시킨다. 두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각종 약물도 모발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간은 에너지 생산과 저장, 단백질이나 당의 대사 조절 및 해독 작용을 한다. 간은 5백 가지 넘는 일을 하며 1천 가지 이상의 효소를 생산한다.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간이 정상 작동되려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져 간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간은 과산화지질을 분해하는 해독기관이다. 활성산소로 인해 간세포가 손상 되면 과산화지질이 체외로 배설되지 않는다.

6. 탈모를 억제하는 항산화제

항산화제는 두피에서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고, 과잉 발생된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활성을 낮춘다. 세포자살인자인 DKK-1, TGF-β1 생산을 억제하고, 모낭 성장촉진인자인 인슐린 유사성장인자(IGF-1)의 생성을 촉진한다. 또한 모근 모낭을 구성하는 세포의 손상된 곳을 복구하여 정상상태로 재생한다.

항산화제는 방어하는 물질에 따라 체내에서 생성되는 효소계와 체외에서 공급받는 비효소계로 분류된다. 효소계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항산화물질로 항산화효소다.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화학작용을 하여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항산화효소는 활성산소의 독성을 없애거나 억제시킨다. 종류로는 SOD(Superperoxide dismutase), 카탈라제(Catalase),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 글루타치온 리덕타제(Glutathione reductase), 글루타치온 트렌스퍼라제(Glutathione transferase), 퍼옥시레독신(Peroxiredoxin) 등이 있다.

체외에서 공급되는 비효소계 항산화제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글루타치온(Glutathione), 폴리페놀(Polyphenol), 카르티노이드(Cartenoid), 코큐텐(CoQ10), 셀레늄, 알파리포산(α-Lipoic acid) 등 다양한 물질이 있다. 탈모치료에서 항산화제는 섭취도 좋지만 두피에 직접 바르거나 주입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탈모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는 다음과 같다.

1) OPC(Oligomeric proanthocyanidin)
포도씨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의 한 종류로 강력한 항산화제다. 활성산소를 분해하고 LDL의 과산화를 억제하여 혈관은 물론 작은 모세혈관까지 깨끗하게 한다. 두피의 혈행을 원활하게 해 모발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또한 탈모유발물질인 TGF-β를 억제하고 모낭세포 및 모모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모발 성장주기를 바로 잡는다.

2) 비타민C
모낭파괴인자인 DKK-1을 억제한다. 또 모발성장인자인 IGF-1(Insulin like growth factor)의 분비를 유도한다. 모모세포를 활성화하여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고 두꺼워지게 한다. 또한 머리카락 형성 단백질인 케라틴 섬유조직의 콜라겐 합성을 촉진한다.

3) 구리복합체(Copper-tripeptide)와 아연(Zinc)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여 DHT 생성을 억제하고 항산화작용 및 두피의 염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

4) 셀레늄(Selenium)
염증 및 활성산소로부터 두피의 모낭을 보호한다.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을 만들어내는 효소인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다.

5) 글루타치온(Glutathione)
항산화제의 대표적인 물질인 글루타치온은 활성산소를 유해성이 없는 물분자로 만들고 두피에 중금속이나 약품, 오염물질, 자외선 등을 제거하는 해독기능이 있다. 또한 병원균을 예방하고 두피의 면역기능을 증가시킨다.

6) 알파리포산(α-Lipoic acid)
알파리포산은 활성산소를 억제하거나 분해시킨다. 다른 항산화제 기능을 강화시키고 두피의 중금속을 해독시키고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두피의 모세혈관을 깨끗하게 만든다.

<제공=의학박사 홍성재, 정리=강인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