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래픽=김영찬 기자
7월7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24%→20%)가 임박하면서 정부와 금융업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고금리 압박을 받는 서민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정책 방향성에 맞춰 금리를 손보거나 정책의 시장 안착을 위해 팔을 걷는 모습이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착한 얼굴 뒤에 숨은 그림자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 심사 기준을 높일 것이고 대출 문턱에서 미끄러진 이들이 제도권 밖으로 떠밀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민의 숨통을 터준다는 선의가 오히려 숨을 조이는 ‘선한 정책의 역설’을 우려하는 것이다.

성큼 다가온 ‘그날’… 카드·저축은행 “준비 완료”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추는 게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은 올해 3월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4월6일 공포 이후 3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고금리 꼬리표 떼기에 돌입한 상태다. 신한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를 현재 23.9%에서 19.9%로 인하한다. 삼성카드는 지난 7일부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를 19.9%로 낮췄다. KB국민카드는 다음달 3일부터 현금서비스 등에 적용하는 최고금리를 기존 23.9%에서 19.95%로 조정할 계획이며 현대카드 역시 다음달 1일부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를 19.9%로 손본다.

저축은행권은 기존 대출자도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금리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2018년 11월1일 이후 체결·갱신·연장한 대출과 앞으로 취급하는 대출의 금리를 연 20% 이하로 적용해야 하는데, 2018년 11월 이전에 실행된 대출에도 모두 연 20% 이하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에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 하나로 모든 저축은행이 공감대를 형성해 대승적 결정에 나섰다”라며 “이번 금리부담 완화 방안으로 약 58만2000명 고객에 약 2444억원의 이자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역설?' 내달 최고금리 인하에 서민대출 문턱 높아지나

풍선효과에 대출 문턱 오를까… 대부업계도 ‘칼바람’

금리 인하 조치로 서민 가계부채 부담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과는 달리 급변할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걱정에서다.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낭인’은 당장 돈이 급해 최악의 경우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 보루’인 대부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는 최고 금리 인하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지며 하나둘씩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계 대부업체 산와머니는 2019년 3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조이크레디트대부도 지난해 1월부터 신규 대출을 받지 않고 있다. 리드코프는 올해 초 사모펀드를 통해 중소캐피털 업체인 메이슨캐피탈을 인수하는 등 제2금융권 진출에 눈을 돌리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비례)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형 대부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대출자 수와 신규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72만명과 1조308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 시장 규모는 2018년(134만명·2조6119억원)과 2019년(98만명·1조6539억원) 이후 줄곧 내림세로 금리 인하 조치가 시장 위축에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대부시장이 작아지면 돈 빌릴 곳이 사라진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도 이 같은 풍선효과를 인식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고금리(20% 초과) 이용자 중 약 87%(208만명)에게 이자 경감 효과(연 4830억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나머지 13%(31만6000명)는 민간금융 이용이 제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위험성이 있다고 금융위는 내다보고 있다.

이미 전례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27.9→24%)가 단행된 2018년 2월 당시 고금리 대출자의 약 18.7%에 해당하는 26만1000명의 금융 이용이 축소됐고 많게는 5만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산했다.
'정책의 역설?' 내달 최고금리 인하에 서민대출 문턱 높아지나

보완책 마련 나선 금융당국, 실효성은 ‘글쎄’

선한 의도를 띈 정책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와 관련 금융협회와 함께 ‘최고금리 인하 시행상황반’ 첫 회의를 열어 최고금리 인하 후속조치 추진 현황과 시장 점검, 금융애로 상담 추진 계획을 점검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정책 서민금융 공급 ▲대부업 제도개선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시장 안착에 나설 계획이다. 정책의 일환으로 ‘안전망 대출Ⅱ’을 출시하고 ‘햇살론17’의 금리를 2% 낮춰 ‘햇살론15’로 개편한다. 하반기엔 햇살론뱅크와 햇살론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부중개수수료도 낮출 계획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중금리대출 적격 공급 요건을 중·저신용층 중심으로 개편하고 사잇돌과 민간중금리 대출을 변경된 요건에 따라 공급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후속조치에 물음표를 던진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분석과 서민을 위한 접근 방식이 부재해 예견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원 원장은 “모든 금융정책은 현 시장 상황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충분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률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단행돼 서민 경제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진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좀 더 촘촘한 시장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국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이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에서 자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이 어려운 서민에겐 금융 관점에서 접근해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보다는 재정 지원 혹은 사회복지 시스템 안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며 “모든 걸 ‘금융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고 개입해 해결하는 순간 정책이 어긋나는 건 물론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