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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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디지털 전환이냐 시니어 확보냐… 고민에 빠진 은행권

② “어르신, 안 들려도 괜찮아요”… 보험 상담 걱정 더는 시니어

③ 지방·저축은행, 전용점포에 금융교육까지 “어르신 모십니다”


“전용 창구가 있으니 편하죠. 무엇보다 맘 편히 업무를 볼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웰컴저축은행 여의도점을 이용 중인 전미숙(가명·82)씨의 말이다. 이 지점은 전 씨의 집에서 이동시간만 버스로 20분 남짓 걸린다. 전 씨가 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저축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번거롭더라도 점포를 방문하는 덴 이유가 있다. 앱을 통한 금융거래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다 점포에 어르신 전용 창구가 설치돼 업무를 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은행 일을 보는 게 맘이 편하다”며 “전용 창구에서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해줘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의 플랫폼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못한 노령 고객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저축은행은 디지털 체질개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급격한 디지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르신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그림자에 가려진 어르신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내놓거나 정보 격차에 따른 금융피해를 줄이기 위한 교육까지 다양하다.

전담 직원이 맞이… “맘 편히 은행일 보세요”

사진=웰컴저축은행
사진=웰컴저축은행

지방·저축은행은 고령자 고객을 1순위로 배려한 전용 창구, 우대 혜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은행이 기존 오프라인 점포에서 디지털,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창구를 필요로 하고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들을 위해서다.


광주은행은 어르신 고객만을 위해 점포 문을 열었다. 2015년 빛고을건강타운점, 2016년 오치동점, 2018년 학동점 등 총 세 곳의 ‘어르신전용점포’를 운영 중이다. 고령 고객만을 위한 점포인 만큼 맞춤형 혜택도 제공한다. 점포를 방문하는 65세 이상 고객은 타행 송금·자동화기기이용·제증명서발급 등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면제되며 월 1회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앱,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의 소외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어르신들의 눈높이를 맞춘 서비스와 혜택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어르신 전용 점포를 지속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전 영업점에 ‘행복나눔 동행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 고객 응대에 능숙한 직원들을 창구에 배치한 게 특징이다. 부산은행은 2019년부터 ‘시니어 고객을 위한 행복한 금융’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은행 창구’를 운영 중이다. 점포를 방문하는 게 어려운 고령 고객들을 위해 사회복지관을 찾아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고령 고객의 비대면 금융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달 5일부터 만 65세 이상의 고객을 위해 ‘어르신 전용상담센터’를 신설했다. 전화로 예금, 대출, 신탁, 전자금융 등 모든 은행 업무에 대해 상담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역시 점포 한편에 어르신 고객만을 위한 창구를 설치했다. 웰컴저축은행은 2017년부터 전 지점에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전담 직원을 배치해 고령자 방문 시 우선 응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고령·청각장애 고객을 위한 ‘소리를 보는 통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직원의 말이 창구에 놓인 태블릿PC에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고령 고객은 태블릿PC 모니터로 대화 내용을 재차 확인할 수 있어 은행 업무 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성남시 분당구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충남 천안시 서북구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본점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고객들의 이용 후기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서비스를 개선해 상상인 금융그룹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몰라서 피해 보지 않도록… 어르신 금융교육도 ‘활발’

지방·저축은행, 전용점포에 금융교육까지 “어르신 모십니다”

디지털 금융거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 고객을 위해 금융사기 예방법과 대처법을 공유하기 위한 금융교육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고령 고객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0대 이상 연령층의 문자메시지를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체 연령의 피해액(466억원) 중 93.9%(438억원)를 차지해 고령층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 중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디지털 접근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젊은 고객과 고령 고객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창이다. OK저축은행은 서울시립성북노인종합복지관, 안산시장애인복지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교육 중이다. 전화, 문자로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실제 상황을 살펴보고 피해구제 신청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모아저축은행 역시 ‘찾아가는 금융 교육’을 운영해 고령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소비자포털 홈페이지에 ‘시니어 코너’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알리고 고령 고객들이 참고할 만한 ‘디지털금융 활용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외 고령 고객층을 위해 저축은행중앙회 공식 앱 ‘SB톡톡플러스’에 큰 글씨를 적용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 속 고령 고객의 피해 방지, 혜택 강화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