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을 두고 노동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을 두고 노동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한 다음날(27일) 정년을 연장한 임금피크제를 합법하다고 인정한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기업들도 이와 관련된 대비에 나서 한동안 노동계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부장판사 홍기찬)는 이모씨 등 한국전력거래소 직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을 지난 27일 기각했다.


전력거래소는 2016년부터 일반직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고, 정년 연장 기간 동안 임금을 이전의 60%로 줄이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직원 3명은 회사가 개별적으로 직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임금 삭감 기간 동안 근로시간에 변동이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정년 연장 기간에 한해 임금을 조정했고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재판부는 전력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사업주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고, 피고는 그 과정에서 정년이 연장된 기간과 관련해 새로운 임금 제도를 신설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원고들이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력거래소 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근로시간을 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회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라고 판단했다.

기업들은 이전까지의 판결이 모든 임금피크제를 부정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관련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러 기업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만큼 한 가지 잣대로 위법성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노무법인 등에 임금피크제 관련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과 노무법인 등도 임금피크제 소송 관련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법무법인 바른 등은 인터넷에 대법원의 판결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며 본 법인이 임금피크제 관련 다수의 자문과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

법무법인 율촌은 향후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10일 임금피크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윤송현 노무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퇴직 근로자와 퇴직 예정자의 임금피크제 관련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며 "임금피크제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제시한 여러 판단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만큼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